이재현 CJ그룹 회장의 맏딸인 이경후 상무가 8개월 만에 초고속 승진하면서 CJ그룹에서 존재감이 커지고 있다.
30일 재계에 따르면 이경후 상무와 남편인 정종환 상무가 올해 CJ그룹에서 입지를 다지고 있다. 두 사람은 최근 CJ그룹 임원인사를 통해 상무대우에서 상무로 나란히 승진했다. 상무대우로 승진한 지 8개월 만이다.
▲ 이경후(왼쪽) 미국 통합마케팅담당 상무와 정종환 미국 공동본부장 상무.
CJ그룹 계열사에 근무하는 한 직원은 이 상무의 승진을 놓고 “이경후 상무가 미국에서 비비고 마케팅으로 공이 매우 크다”며 “똑부러진 성격으로 그룹 내에서 평판도 좋은 편”이라고 말했다.
CJ제일제당은 비비고 브랜드를 통해 2010년 미국에 진출해 6년 만인 지난해 1300억 원의 매출을 거뒀다. 올해는 1600억 원을 거둘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에서 가장 많이 판매되는 제품은 ‘비비고 만두’로 지난해 미국 만두시장 점유율 11.3%, 매출 1천억 원을 달성했다.
미국에서 비비고 브랜드 광고가 PGA투어 정규대회인 ‘더 CJ컵 나인브릿지’ 기간에 맞춰 미국 NBC 골프채널에 방영되기도 했다. 이 방송은 미국뿐 아니라 세계 227개국 10억 가구에 방송됐다.
최근 한국을 방문한 에드 로이스 미국 연방하원의회 외교위원장이 비비고를 극찬하기도 했다.
이 상무 부부는 미국에서 CJ그룹이 진행하고 있는 케이콘(K-CON)의 성공적 개최에도 기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8월 미국 LA에서 열린 케이콘에 2만9천여 명이 참석했다.
이 상무는 미국 콜롬비아대학교 석사를 졸업한 뒤 2011년 CJ 기획팀 대리로 입사해 6년 만에 상무에 올라 미국에서 통합마케팅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이재현 회장의 외아들인 이선호 부장은 승진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1990년생으로 나이가 아직 어린 데다 올해 3월 부장으로 승진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 부장은 지난해 미국으로 유학을 떠났으나 유학생활을 접고 지주사 CJ로 출근하고 있다. 아직 임원을 달지 않은 만큼 일반직원들과 섞여 조용한 회사생활을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재현 회장이 올해 공식적으로 경영에 복귀하면서 앞으로 경영권 승계작업도 본격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CJ그룹이 4년여 동안 총수공백 사태를 겪었던 만큼 자녀들의 경영수업과 지분승계에 속도를 낼 가능성이 높다고 재계는 보고 있다.
이 회장은 5월 그룹 행사를 통해 복귀를 선언한 뒤 CJ그룹에서 본격적으로 경영보폭을 넓히고 있다.
경영권 승계 자금줄로 꼽히는 CJ올리브네트웍스도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CJ올리브네트웍스는 3분기에 매출 5038억 원을 거뒀는데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7.6%나 늘어났다. CJ올리브네트웍스가 운영하는 올리브영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헬스앤뷰티숍시장에서 점유율이 60%였다. 올해 3분기에만 73개의 점포를 새로 내며 전체 점포 수도 1020개로 늘어났다.
CJ그룹을 물려받으려면 지주사 CJ 지분을 확보해야 하는데 남매 모두 CJ 지분을 거의 보유하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지분승계 과정에서 이 상무와 이 부장의 지분율이 높은 CJ올리브네트웍스가 자금줄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부장은 CJ올리브네트웍스 지분 17.97%를 보유해 CJ에 이어 CJ올리브네트웍스의 2대주주다. 이 상무는 지분 6.91%를 소유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