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부품업체 무라타가 주력상품인 적층세라믹콘덴서(MLCC)에 생산투자를 적극 확대하고 있다. 최근 계속된 업황호조에 대응해 시장지배력을 강화하려는 전략으로 보인다.
삼성전기가 적층세라믹콘덴서 호황기의 수혜를 보며 자동차 전장부품용 콘덴서까지 사업확대를 노리고 있는 만큼 대규모 시설투자로 맞대응에 나설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9일 대만 디지타임스에 따르면 적층세라믹콘덴서의 전 세계적 공급부족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일부 고객사는 주문한 물량을 받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6개월 정도에 이르고 있다.
디지타임스는 “적층세라믹콘덴서 공급업체들이 가격을 20~30% 정도 높였음에도 강력한 수요가 계속되고 있다”며 “내년에도 공급부족이 해소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근 계속된 적층세라믹콘덴서 업황호조는 삼성전기 등 관련기업의 실적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내년까지 실적성장을 이끄는 강력한 추진동력으로 자리잡을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글로벌 시장점유율의 대부분을 차지한 일본 부품업체들이 수요증가에 대응해 공격적 생산증설에 나서고 있어 시장판도에 변화가 일어날 가능성도 있다.
닛케이아시안리뷰에 따르면 무라타는 적층세라믹콘덴서 핵심재료인 세라믹 생산공장 증설을 내년 완공할 목표로 약 1천 억 원을 투자하는 계획을 새로 내놓았다.
무라타가 5월 적층세라믹콘덴서 공장증설계획을 발표한 데 이어진 것으로 활발한 시설투자를 계속 벌이고 있다. 무라타는 세계시장 점유율 30% 이상을 차지한 1위 업체다.
닛케이는 “무라타는 콘덴서 업황호조에 대응해 출하량을 공격적으로 늘리고 있다”며 “스마트폰 등 IT기기 고사양화로 수요가 갈수록 늘고 있어 급성장을 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록호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무라타가 실적에 부담을 안을 정도로 시설투자를 확대하고 있지만 중장기적으로 시장지배력을 강화하는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글로벌 적층세라믹콘덴서시장은 2위 삼성전기와 무라타 등 일본 상위 3개 업체가 80%를 넘는 점유율로 과점하고 있다. 경쟁사의 공급확대는 삼성전기의 점유율과 실적에 영향을 줄 공산이 크다.
노근창 현대차투자증권 연구원은 무라타에 이어 일본 타이요도 적층세라믹콘덴서 생산능력을 지금보다 10% 늘리는 증설투자에 들어갔다고 파악했다. 갈수록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기는 지난해까지 증설투자를 벌여온 필리핀과 중국 콘덴서공장의 가동을 올해 초부터 시작하며 업황호조의 수혜를 톡톡히 보고 있다. 선제적 투자에 나선 성과가 주효한 셈이다.
이에 그치지 않고 삼성전기가 일본 주요업체들을 뒤따라 추가 생산투자에 나설 경우 원가경쟁력을 확보하며 수혜폭도 더 키울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 삼성전기의 자동차 전장부품용 MLCC 적용분야 안내. |
노 연구원은 “현재 수요증가 상황을 볼 때 적층세라믹콘덴서 주요업체들이 증설에 나서도 공급부족현상은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며 “최소 2년 이상 가격급등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삼성전기가 특히 급성장이 예상되는 자동차용 적층세라믹콘덴서 시장진출을 노리는 점도 대규모 투자확대가 필요한 이유로 꼽힌다. 전기차와 고성능 인포테인먼트에 탑재되는 콘덴서 물량은 스마트폰 등 IT기기와 비교해 압도적으로 많고 공급가격도 높다.
삼성전기 관계자는 “전장용 콘덴서의 경우 IT기기용 제품과 달라 별도의 생산시설이 필요하다”며 “수요상황에 따라 충분히 증설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장부품용 적층세라믹콘덴서시장은 일본업체들이 이미 사실상의 독점체제를 구축해 삼성전기의 진입이 쉽지 않다. 기술개발과 생산투자에 뒤늦게라도 속도를 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삼성전기는 최근 수년동안 비주력사업을 매각하는 강도높은 구조조정을 이어온 결과로 대규모 자금을 확보해 추가 생산투자에 나설 여력도 충분히 갖추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