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사장이 27일 서울 여의도 본사에서 '퍼스트 발행어음'의 첫 고객으로 가입하고 있다. |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사장이 발행어음 판매 초기에 흥행을 이끌어냈다.
높은 금리를 앞세워 성과를 냈는데 앞으로 은행이나 다른 초대형 투자금융회사와 경쟁이 치열해질 상황에 대비해 투자처를 확보하는 데도 힘쓰고 있다.
2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유 사장은 한국투자증권의 발행어음상품에 시장의 예상보다 높은 금리를 매겨 선점효과를 극대화한 것으로 보인다.
발행어음은 증권사 등의 자체신용을 바탕으로 일반투자자에게 파는 만기 1년 이내의 단기금융상품을 말한다. 한국투자증권은 초대형 투자금융회사 5곳 가운데 유일하게 인가를 받았다.
한국투자증권은 27일부터 첫 발행어음상품 ‘퍼스트 발행어음’을 팔았는데 그날 4141억 원을 조달했고 28일 1차 목표 5천억 원을 모두 채워 판매를 일시적으로 중단했다.
유 사장이 올해 발행어음으로 1조 원을 조달하는 목표를 제시했는데 상품출시 이틀 만에 절반을 채운 것이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발행어음 금리를 만기 1년 기준으로 따지면 시중은행보다 높고 저축은행과 비슷한 수준”이라며 “높은 금리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약정형 ‘퍼스트 발행어음’ 상품의 연간 확정금리는 만기에 따라 다른데 7~180일 1.2~1.6%, 181~270일 2.0%, 271~364일 2.1%, 1년(365일) 2.3% 순이다.
한국신용평가 등이 은행의 예금금리와 국고채 금리 등을 감안해 한국투자증권의 발행어음 금리를 만기 1년 기준으로 1%대 후반에서 2%대 초 사이로 예상했던 것을 웃돌았다.
‘퍼스트 발행어음’의 만기 1년 금리는 29일 기준 국내 은행의 1년 만기 정기예금 평균이자율 1.47%보다 높다. 저축은행들의 1년 만기 정기예금 평균이자율 2.38%와 비슷하다.
유 사장이 발행어음 금리를 앞으로 더욱 높일 수도 있다. 그는 “시장금리가 오르면 발행어음의 금리인상도 검토하겠다”며 “시장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금리를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유 사장은 조달마진 감소를 감수하고 높은 금리로 초기고객을 확보하려는 것으로 보인다”며 “은행들이 높은 금리의 특판예금으로 대응에 나섰고 다른 초대형 투자금융회사도 시장진입을 기다리는 상황을 감안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 사장은 한국투자증권의 시장선점 효과를 중장기적으로 이어가기 위해 발행어음으로 모은 자금의 적절한 투자처를 찾는 데도 신경쓰고 있다.
한국투자증권도 이번에 발행어음 판매를 일시적으로 중단한 이유로 투자처 검토 등을 위한 속도조절을 들었다.
초대형 투자금융회사는 발행어음으로 조달한 자금의 50% 이상을 기업대출, 회사채 인수, 지분투자 등 기업금융에 투자해야 한다. 나머지의 30% 이하를 부동산금융에 쓸 수 있다.
문재인 정부가 집권하면서 초대형 투자금융회사가 발행어음으로 조달한 자금을 혁신벤처기업을 위한 모험자본 공급에 써야 한다는 주문도 강해지고 있다.
유 사장은 발행어음 인가를 받은 뒤 “1조 원 규모의 투자처를 대략 생각해 뒀다”고 밝혔다. 한국투자증권이 중소벤처기업 대상의 투자금융 경험을 많이 쌓았다는 점도 강조했다.
당시 그는 “한국투자증권은 그동안 기업공개(IPO)를 가장 많이 주관했던 증권사 가운데 하나”라며 “벤처기업 관련 네트워크가 탄탄해 투자처를 찾는 데도 자신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