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용 기자 romancer@businesspost.co.kr2017-11-27 14:5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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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가 카카오택시의 알고리즘을 고치는 방법으로 택시기사들의 장거리손님 골라태우기 막기에 나섰다.
택시수요가 급증하는 연말을 맞아 카카오택시를 이용한 사실상의 ‘승차거부’를 막아야 한다는 서울시의 압력에 카카오가 타협안을 내놓은 것인데 실효성을 놓고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 정주환 카카오모빌리티 대표.
27일 카카오에 따르면 카카오는 서울시와 협의를 거쳐 24일부터 카카오택시의 배차 알고리즘을 수정해 운영하고 있다.
지금까지 카카오택시 이용자가 호출을 하면 근거리에 있는 택시기사들에게 연락이 갔으나 변경 이후에는 1~10㎞ 거리의 단거리 운행을 많이 한 기사에게 10㎞ 이상의 장거리 손님을 먼저 배정하고 있다.
카카오택시 이용자가 카카오택시를 이용해 택시기사를 호출할 경우 연락되는 기사의 수도 이전의 40% 수준으로 줄였다. 택시기사가 손님의 호출을 거부하는 경우가 잦으면 카카오택시 호출을 일정기간 연결해주지 않는 시스템도 생겼다.
카카오의 알고리즘 변경은 택시기사들이 카카오택시를 이용해 손님을 가려서 받는 ‘사실상의 승차거부’ 행태가 심각해지자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내놓은 조치다.
카카오택시는 2015년 3월 서비스를 시작했는데 이후 현재 택시호출 애플리케이션(앱) 시장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현재 카카오의 자회사인 카카오모빌리티가 운영을 맡고 있다.
카카오택시 누적 가입자는 9월 기준 1600만 명을 돌파했으며 등록한 택시기사 수는 누적으로 8만731명이다. 전국 택시면허 기사의 80% 이상이 카카오택시 기사로 등록했다.
그러나 카카오택시는 ‘승차거부’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다. 택시기사들의 카카오택시를 이용해 ‘돈이 되는’ 장거리 손님만 골라태우면서 단거리 손님은 택시를 이용하기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서울시 산하 서울연구원의 자료에 따르면 길에서 무작위로 택시 승객을 태우는 경우에 5km미만의 단거리 주행 비율은 62.5%였고 10km이상의 장거리 주행은 18%에 불과했다. 그러나 카카오택시 등 택시앱를 이용한 기사는 단거리 주행 비중이 24.3%에 그쳤고 장거리 주행 비중은 45.9%나 차지했다.
카카오택시의 이러한 문제점은 최근 국정감사를 통해 정치권으로도 확산됐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에 따르면 카카오택시 승차거부 관련 신고건수는 2015년 서울 57건, 경기 18건 등 총 75건에 불과했는데 지난해에는 서울 180건, 경기 46건 등 226건으로 1년 만에 3배가 늘어났다. 승차거부 관련 처벌건수도 2015년 20건에서 지난해 69건으로 급증했다.
문제가 확산되자 서울시는 카카오에 대책을 강력하게 요구했다.
서울시는 승객이 카카오택시에 목적지를 입력하는 기능을 아예 없애 달라고 요구했지만 카카오는 서비스의 핵심이라며 이를 거부했다.
카카오가 이번에 카카오택시 알고리즘을 변경한 것을 놓고 서울시의 압박에 카카오가 결국 타협안을 내놓은 것으로 업계는 바라본다.
서울시는 이날 ‘2017 연말 심야택시 승차난 해소 7대대책’을 내놓는 등 택시기사들의 승차거부를 근절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서울시는 최근 목적지 입력이 없는 카카오택시 대체 앱 ‘지브로’도 개발했다.
지브로는 12월4일부터 시범서비스가 시작되는데 내년 3월까지 모든 택시의 카드결제기에 의무적으로 탑재된다. 지브로는 목적지 입력 대신 ‘시내’와 ‘시외’ 두 가지 표시만 나온다. 서울시는 택시기사가 손님의 호출을 거부하면 ‘승차거부’로 처벌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카카오택시의 알고리즘 변경과 서울시의 지브로 출시에 따른 승차거부 감소 효과가 실제로 나타날지는 여전히 미지수”라며 “서울시와 카카오 모두 실제 효과보다 택시기사들에게 ‘엄포’를 놓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승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