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멘트업계가 쌍용양회와 한일시멘트(현대시멘트 포함), 아세아시멘트(한라시멘트 포함) 등 3강체제로 재편되면서 앞으로 시멘트가격이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하지만 3강 기업을 뒤따르는 기업들이 시장점유율 확대를 위해 공격적 가격정책을 펼칠 수 있다는 점은 부담이 될 가능성이 있다.
▲ (왼쪽부터) 황동철 쌍용양회 사장, 허기호 한일시멘트 회장, 이훈범 아세아시멘트 사장. |
조윤호 DB금융투자 연구원은 21일 “시멘트업계의 경쟁기업이 감소하면서 경쟁강도가 낮아지는 것은 분명하다”며 “문제는 시멘트가격을 인상할 수 있느냐는 것인데 시멘트가격이 고시가격 수준으로 정상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최근 한라시멘트 인수전에서 아세아시멘트가 우선협상대상자에 선정됐다.
인수가 마무리되면 2년여 동안 진행됐던 시멘트업계 재편작업은 쌍용양회와 한일시멘트, 아세아시멘트가 산업을 주도하고 삼표시멘트와 성신양회가 이를 뒤따르는 형국으로 매듭지어질 것으로 보인다.
시멘트산업은 애초 7개 기업이 전체 시장점유율 90% 이상을 차지하는 과점시장이었다. 하지만 1990년대 설비투자가 지나치게 많이 이뤄지면서 공급과잉산업이 된 뒤 과점시장으로서 장점이 거의 사라졌다.
시멘트마다 차별점이 거의 없었고 공급량이 워낙 많았기 때문에 시멘트기업들은 건설사들과 가격협상에서 불리한 처지에 놓여 있었다.
하지만 기존 7개 기업 체제가 3강2중의 5개 기업 체제로 뒤바뀌면서 시멘트기업들이 가격협상의 주도권을 쥘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조 연구원은 “한일시멘트와 아세아시멘트의 경우 시멘트기업 인수로 재무적 부담이 커졌기 때문에 실적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며 “전방산업인 건설경기의 둔화로 시멘트 판매량이 늘어나기 어려운 상황에서 가격인상에 집중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쌍용양회는 사모펀드인 한앤컴퍼니를 최대주주로 두고 있기 때문에 배당재원을 마련하기 위해서라도 시멘트가격 인상에 동조할 것으로 보인다.
조 연구원은 시멘트기업들이 시멘트 가격을 단번에 확 올리기는 쉽지 않다고 봤다. 다만 현재 톤당 7만5천 원인 고시단가에 근접하는 수준으로 실제 판매가격이 오를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바라봤다. 현재 시멘트 판매가격은 톤당 6만5천 원 안팎이다.
다만 시장점유율 10%대를 기록하고 있는 삼표시멘트와 성신양회가 가격인하에 나설 경우 가격인상 시도가 흔들릴 수는 있다.
삼표시멘트와 성신양회는 앞으로 시장점유율 확대에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전망되는데 이 경우 다른 3강 기업들도 울며 겨자먹기로 가격인하에 나서야 하는 상황에 내몰리게 되기 때문이다.
조 연구원은 “단가경쟁을 통해 시장점유율을 끌어올리고 싶은 기업이 분명 있을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삼표시멘트와 성신양회의 재무안정성이 경쟁기업들보다 우월하다고 보기 힘들어 현실적 가격경쟁이 이뤄질 가능성은 낮다”고 내다봤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