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그룹이 17일 발표한 사장단 인사에서 김창범 한화케미칼 사장이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이날 인사에서 차남규 한화생명 사장도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김 부회장이 석유화학부문에서 수익성 좋은 제품을 개발해 미래 성장동력을 발굴하고 한화케미칼에서 사상 최대실적을 낸 점 등을 평가받았다.
김 부회장이 앞으로 한화그룹의 석유화학부문 계열사와 태양광 등 에너지부문을 총괄지휘하는 역할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한화그룹은 화학과 에너지계열사로 한화케미칼 외에도 한화종합화학, 한화토탈, 한화첨단소재, 여천NCC, 한화큐셀, 한화큐셀코리아, 한화에너지 등을 거느리고 있다.
김 부회장은 한화그룹 경영조정위원회의 유화·에너지부문 위원을 맡고 있다. 경영조정위원회는 한화그룹이 그룹 전반의 중요사항을 협의하고 계열사의 이해관계를 조정하기 위해 2013년부터 4월부터 운영하는 그룹내 최고자문기구다. 김 부회이 유화·에너지부문 계열사를 조정하는 역할에 더욱 집중할 수 있다는 얘기다.
김창범 부회장이 승진한 것을 놓고 김동관 전무의 경영권 승계에 속도를 내기 위한 포석으로 바라보는 시각도 있다.
김동관 전무는 한화그룹 태양광사업에 주도적으로 나서고 있는데김 전무의 경영권 승계작업이 탄력을 받기 위해서는 태양광사업에서 성과가 꼭 필요하다.
김승연 회장은 국내 주요 재벌기업에서 이른바 '가신' '2인자' 등으로 불리는 부회장단을 크게 키우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최근까지 한화그룹에서 부회장은 김 회장의 최측근으로 손꼽히는 금춘수 한화그룹 경영기획실장 부회장이 유일했다. 금 부회장은 지난해 말 인사에서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금 부회장은 2011년 한화그룹의 중국사업을 총괄하는 한화차이나를 맡아 중국에 간 뒤 한화그룹 태양광계열사인 한화솔라원을 지원하며 태양광사업을 육성하는 데 힘을 보탰다. 2017년에는 문재인 대통령과 만남에서 한화그룹 총수인 김 회장을 대신해 태양광사업과 관련해 규제를 풀어달라는 요청을 내놓기도 했다.
김창범 부회장도 이번에 부회장에 오른 만큼 한화그룹 화학계열사를 통해 사업성과를 키우면서 김동관 전무가 태양광사업에서 입지를 다질 수 있도록 든든한 조력자 역할을 맡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화케미칼은 그동안 한화큐셀과 한화큐셀코리아를 둘다 거느리고 있었지만 올해부터 한화케미칼은 한화큐셀만, 한화종합화학은 한화큐셀코리아만 각각 자회사로 두는 방식으로 태양광계열사를 나눠맡아 지원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한화큐셀코리아와 한화큐셀은 몸집불리기를 본격화하고 있다.
한화큐셀코리아는 올해 6월부터 약 1300억 원 규모의 자금을 사모회사채를 발행한 것으로 전해진다. 한화큐셀코리아는 이렇게 조달한 자금을 충북 진천군에 있는 태양광셀공장 생산능력을 확대하는 데 쓸 것으로 전망된다.
태양광시장이 여전히 과잉공급과 출혈경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데다 한화그룹 태양광사업은 중국, 미국에서 관세율 인상 등 무역압박에도 시달리고 있다. 그런데도 한화그룹 태양광계열사가 사업규모를 확대하는 건 한화케미칼과 한화종합화학이 실적호조를 바탕으로 재무적 지원을 꾸준히 뒷받침해준 덕분으로 업계는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