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병익 흥국생명 사장이 해외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통해 재무건전성 안정화에 주력하고 있다.
흥국생명은 2일 5억 달러(5600억 원) 규모의 해외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위한 투자설명회를 마쳤다. 싱가폴, 홍콩, 런던 등에서 일주일동안 해외 투자자들을 모집하기 위한 일정을 이어갔다.
조 사장이 이번 신종자본증권 발행에 성공한다면 흥국생명의 지급여력비율(RBC)은 30%포인트가량 높아질 것으로 추산됐다. 흥국생명은 6월 말 기준으로 지급여력비율이 166.2%다.
흥국생명은 3월 말까지만 해도 지급여력비율이 148.5%로 생보사 가운데 최하위 수준에 머물렀지만 최근 빠르게 재무건전성을 회복하고 있다.
조 사장은 이번 해외신종자본증권의 발행을 기점으로 흥국생명을 안정 궤도에 올려놓겠다는 결심을 한 것으로 보인다.
흥국생명은 3월에도 신종자본증권 350억 원과 후순위채 150억 원을 각각 발행해 자본을 늘렸지만 이번 해외 신종자본증권의 발행규모는 이들에 비해 훨씬 크다.
국내 보험사들이 앞다퉈 후순위채, 신종자본증권 등을 발행해 자본확충을 하고 있는 만큼 국내 투자자들을 모으기 어려울 수도 있다는 점을 고려해 해외로 눈을 돌렸다고 할 수 있다.
흥국생명 관계자는 “로드쇼를 막 마친 만큼 아직 수요예측이 나오진 않았다”며 “작은 보험사가 커나기 위한 과정”이라고 말했다.
다만 조 사장이 신종자본증권 발행에 성공할지는 미지수다.
흥국생명은 글로벌 신용평가사 무디스로부터 신종자본증권 등급 ‘Baa3’을 받았는데 이는 투자 가능한 평가등급 가운데 가장 낮다.
투자등급이 낮으면 해당 회사에 리스크가 있다는 뜻이므로 투자자들은 위험을 보상할 수 있는 높은 수익률을 원한다.
업계는 이 정도 등급이면 흥국생명이 연 5%대의 금리를 보장해야 될 것이라고 보는데 이렇게 되면 흥국생명은 매년 이 신종자본증권으로만 280억 원의 이자비용을 지출하게 된다.
조 사장은 흥국생명의 경영정상화를 위해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는 만큼 거액의 비용이 나가는 것이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조 사장은 전국 140개의 영업점을 80곳으로 축소하는 한편 역량성과급제를 도입해 직원들의 생산성을 끌어올리는데 주력하고 있다.
최근에는 매도가능증권을 2조 원 이상 줄이고 만기보유증권을 4조 원 이상 늘리는 채권 재분류 작업도 진행해 매도가능증권의 평가에 따른 손실 축소도 꾀했다.
매도가능증권은 해마다 시가로 평가해야 하는데 금리가 높아지면 보유하고 있는 채권의 가치가 떨어져 평가손실이 발생한다. 만기보유증권은 팔기 전까지는 사들였을 때 가치 그대로 두는 만큼 평가손익이 나오지 않는다.
금융권 관계자는 “신종자본증권 발행이 이루어진다 해도 좋은 투자처를 발굴하지 않으면 수익성이 악화될 것”이라며 “조 사장이 5600억 원이라는 거액의 조달금을 어떻게 운용할지가 또 다른 과제가 될 것”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현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