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2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5대그룹 간담회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하현회 LG 사장, 박정호 SK텔레콤 사장, 이상훈 삼성전자 사장, 김상조 위원장, 이동근 대한상의 상근부회장, 정진행 현대자동차 사장, 황각규 롯데지주 사장. <뉴시스> |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사실상 최후통첩이나 다름없는 발언으로 대기업을 압박했다.
김 위원장은 공익재단과 지주회사 실태조사를 예고하면서 ‘미리 준비하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예측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지만 받아들이는 기업 입장에서 재벌개혁의 강도가 높아질 것으로 보고 긴장할 수밖에 없다.
김 위원장은 2일 5대기업 전문경영인들과 간담회에서 작심한 듯 모두발언을 25분간 이어갔다.
그는 기업들의 상생협력 노력 평가부터 체감할 수 있는 개혁 추진의 당부, 기업집단국 역할과 향후 업무, 기업 지배구조 개선, 하도급거래 공정화, 노사관계까지 대기업을 향한 바람을 쏟아냈다.
말이 길어지자 김 위원장은 “언론에서 오지랖이 너무 넓다고 기사를 쓸 수도 있지만 여러분께 드리고 싶은 중요한 당부사항”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특히 주목되는 대목은 새로 출범한 기업집단국의 역할이다. 기업집단국은 언론에서 ‘재벌 저승사자’라고 지칭할 정도로 대기업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김 위원장은 기업집단국이 대기업 조사·제재만을 목적으로 하지는 않는다면서도 활동 과정에서 법 위반행위를 확인했을 때 엄중 제재하는 것이 기업집단국 본연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기업집단국이 대기업집단 공익재단과 지주회사 수익구조를 놓고 실태조사를 실시할 계획이라고 예고했다.
김 위원장은 “기업집단국 업무계획 일부를 미리 알려주는 이유는 기업측이 각 그룹의 특수한 이슈를 미리 점검하고 선제적으로 위험요소를 관리하라는 뜻”이라고 했다. 조만간 수술을 할테니 미리 대비라하고 말한 셈이다.
재계에서 이번 간담회를 계기로 김 위원장이 재벌개혁에 본격적으로 착수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그동안 김 위원장이 발언수위를 지속적으로 높여오다가 이번에 구체적 업무계획을 공개적으로 밝혔기 때문이다.
김 위원장은 6월 4대기업 간담회에서 “최대한 인내심으로 기업들의 자발적 변화를 기다릴 것”이라고 말했으나 8월 들어 변화가 미진하다고 판단했는지 “정부의 개혁의지에 도전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8월 말에는 언론 인터뷰에서 “12월까지 변화하지 않으면 구조적 처방에 나설 것”이라고 못을 박았다. 12월은 김 위원장 취임 반년이 지나는 시점으로 이제 한달 앞으로 다가와 있다.
김 위원장은 이날 12월 말을 데드라인으로 못 박은 것과 관련해 상세한 설명을 덧붙였다. 그는 “기업들이 자발적 개혁의지를 국민께 보여드릴 여유를 두고 정기국회에서 개혁입법 진행상황을 반영해 공정위 개혁방향과 속도를 결정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공정위 인원을 늘리고 조직을 정비해 공정위가 제대로 일할 수 있는 여건이 12월 중순에 갖춰지기 때문에 12월까지 데드라인을 설정했다는 것이다. 바꿔 말하면 12월부터 공정위가 본격적 개혁작업에 착수하겠다는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다.
김 위원장은 내년 초쯤 다시 이들을 만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날 발표한 기업들의 과제들을 이때까지 어느 정도 정리하겠다는 구상을 세우고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