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병현 기자 naforce@businesspost.co.kr2017-10-31 16:3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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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창규 KT 회장과 권영수 LG유플러스 부회장이 단말기 완전자급제에 찬성하는 입장으로 선회하며 제도 도입에 힘을 실었다.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보편요금제보다는 단말기 완전자급제가 도입되는 편이 낫다고 판단한 것으로 분석된다.
▲ 황창규 KT 회장(왼쪽)과 권영수 LG유플러스 부회장.
31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황 회장과 권 부회장이 국회 국정감사에서 단말기 완전자급제 도입에 긍정적인 의견을 밝힌 것을 놓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황 회장은 30일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종합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단말기 완전자급제 도입은 좋은 발상”이라고 말했고 권 부회장도 “단말기 완전자급제가 공정경쟁에 좋은 계기가 될 수 있어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SK텔레콤이 단말기 완전자급제 도입을 꾸준히 주장한 것과 달리 KT와 LG유플러스는 그동안 부정적 입장을 고수해왔다.
단말기 완전자급제는 단말기 판매와 통신사 가입을 분리하는 것인데 SK텔레콤에게 가장 유리한 제도로 평가받는다. 이통3사의 요금차이가 미미한 상황에서 단말기 완전자급제가 도입되면 브랜드 가치가 가장 높은 SK텔레콤이 점유율을 유지하기 수월하기 때문이다.
강학주 LG유플러스 상무는 9월 국회 토론회에서 “단말기 완전자급제는 통신시장을 완전히 뒤집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는데 SK텔레콤만 유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충성 KT 상무도 “완전자급제가 도입되면 제조업체나 유통업체 모두 어려워질 수 있다”고 바라봤다.
그런데 이번 국감에서 두 회사의 CEO들이 직접 찬성의사를 밝히자 여론을 의식한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오고 있다.
여야 의원들이 잇따라 단말기 완전자급제 관련 법안을 내놓고 있고 제도 도입을 요구하는 국민적 여론도 높아지는 상황에 이를 반대하기 쉽지 않았을 것이란 얘기다. 게다가 황 회장과 권 부회장은 앞서 진행된 12일 국감에 불출석해 여론의 질타를 받았다.
여론을 의식한 것 뿐 아니라 회사에 미칠 영향을 면밀히 분석한 뒤 내린 결론일 가능성도 있다.
단말기 완전자급제가 도입되면 이통3사는 매년 대리점 및 판매점에 투입하는 약 3조4천억 원의 마케팅비용을 상당히 줄일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KT와 LG유플러스 입장에서 SK텔레콤 위주의 고착화된 시장구도를 깨지 못하더라도 수익 측면에서 손해볼 것이 크게 없을 수도 있다.
게다가 단말기 완전자급제에 찬성하면 정부가 추진하는 보편요금제 도입도 저지할 명분도 얻을 수 있다.
보편요금제란 기존에 월 3만 원대 요금에 200분 음성통화, 1기가 데이터를 제공하던 것을 2만 원대에 제공하는 요금제다. 과기정통부는 사회적 논의기구에서 논의를 거쳐 2018년 1분기 안에 보편요금제를 도입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 박정호 SK텔레콤 사장.
양종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보편요금제가 도입되면 이통3사의 연간 영업이익이 2조2천억 원 줄어들 것으로 추정했다. 이는 통신비 인하정책 가운데 통신사에게 가장 큰 타격이 되는 것이어서 이통사 입장에서는 보편요금제 도입을 반드시 막아야 할 필요가 있다.
단말기 완전자급제가 시행되면 보편요금제 도입은 어려워진다. 보편요금제는 정부가 개입해 통신요금을 인위적으로 책정하는 것이지만 단말기 완전자급제는 시장경쟁 논리에 따라 통신비가 자연스럽게 내려가는 효과를 기대하는 제도이기 때문이다.
단말기 완전자급제는 9월부터 시행된 선택약정할인 상향도 백지화하는 효과도 있다. 이통사가 통신가입자에게 단말기 지원금을 줄 필요가 없어지기 때문에 그에 상응한 선택약정할인제도 유명무실해지는 것이다.
황 회장과 권 부회장은 11월 출범될 사회적 논의기구에서 본격적 논의가 시작되기 전에 단말기 완전자급제에 힘을 실어준다는 방침을 정한 것으로 보인다.
통신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통3사가 모두 단말기 완전자급제에 찬성함으로써 제도 도입에 탄력이 붙었다”며 “이제 완전자급제 도입여부는 사회적 논의기구에서 사업자, 유통사, 제조사, 소비자 등 여러 이해관계자를 어떻게 설득하는가에 달려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