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정 기자 hyunjung@businesspost.co.kr2017-10-20 17:0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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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뱅크가 저렴한 수수료를 내세워 해외송금 부문에서 주목을 받자 시중은행들도 이를 벤치마킹하고 있다.
카카오뱅크가 출범 때부터 해외송금을 주력사업으로 삼은 만큼 진정한 '메기'가 되기 위해서는 개선할 대목이 적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 카카오뱅크의 윤호영 공동대표(오른쪽)와 이용우 공동대표.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시중은행들은 카카오뱅크의 해외송금 서비스를 의식해 하반기 들어 저렴하고 간편한 해외 송금 서비스를 잇달아 내놓고 있다.
KEB하나은행은 수취인의 휴대폰 전화번호만 알면 간단하게 송금이 가능한 서비스를 9월 중국을 포함해 모두 16개국으로 늘려 제공하고 있다.
KB국민은행은 동남아 15개국 110여개 제휴은행에 하루 안으로 송금이 가능한 서비스를 선보였다. 수수료도 1천 원으로 크게 낮췄다.
우리은행도 올해 말까지 고객이 비대면 채널로 해외송금을 하면 카카오뱅크보다 낮거나 같은 수준의 수수료인 2500원~5천 원에 거래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마련했다.
카카오뱅크는 기존 시중은행 10분의 1 수준의 해외송금수수료를 선보이는 한편 복잡한 송금절차를 크게 줄여 해외송금 분야에서 은행권의 메기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카카오뱅크의 해외송금 서비스에도 몇 가지 보완해야 할 점이 있다.
전 세계 금융통신망인 ‘스위프트망’을 이용하지 않기 때문에 해외송금이 가능한 국가가 제한적이다. 스위프트망을 이용할 경우 중개망 수수료, 환전수수료, 전신료 등이 붙어 거래비용이 높아지는 만큼 가격에서 차별화를 주기 위해 카카오뱅크는 씨티그룹의 사설망을 이용한다.
카카오뱅크는 현재 22개국을 대상으로 해외송금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는데 카카오뱅크가 진정한 해외송금 강자가 되려면 해외송금의 큰 시장인 중국이나 베트남,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에도 송금채널을 확보해야 한다.
또 다른 시중은행들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파키스탄, 우크라이나, 나이지리아, 케냐, 캄보디아, 미얀마, 남아프리카공화국, 멕시코, 페루, 칠레 등 다소 생소한 나라들에도 입지를 넓혀야 한다.
카카오뱅크는 5천 원에 해외송금이 가능하다는 점이 큰 이목을 끌었지만 일본, 태국, 필리핀의 경우 해외송금수수료가 8천 원이다. 이 세 나라에는 현지 사정때문에 중개·수취 수수료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미국, 영국, 호주, 캐나다, 뉴질랜드, 홍콩, 싱가포르, 인도, 유럽 11개국 등 19개 국가를 대상으로는 광고대로 5천 원의 수수료를 받고 있지만 5천 달러를 초과해 송금할 때에는 1만 원을 내야 한다.
카카오뱅크가 외국인 근로자 시장을 잡지 못하는 점도 보완해야 한다.
외국인 근로자들은 한국에서 돈을 벌어 본국으로 매달 일정액을 부치는 만큼 국내에서 이들의 해외송금 비중이 큰 것으로 추산되지만 카카오뱅크는 외국인 근로자들이 계좌 개설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
카카오뱅크 계좌를 개설하려면 핸드폰 번호 인증과 함께 신분증을 찍어 보내야 하는데 아직 여권으로 비대면 실명 인증을 할 수는 없다.
카카오뱅크로 해외송금할 경우 위험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고객이 카카오뱅크로 해외송금을 할 때 돈이 안보내지거나 송금액수가 맞지 않을 때 이를 추적하는 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다는 것이다.
모든 시중은행들이 스위프트망을 이용해 금융사고가 났을 때 대처 방법들이 정형화돼 있지만 카카오뱅크의 경우 씨티그룹의 송금망을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아직 위험 요소가 나왔을 때 대응 방법을 담은 데이터가 쌓이지 않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사전에 리스크 관리를 철저히 해 금융사고가 발생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다른 나라에 거주하는 고객의 수요가 있다면 해외송금 대상 국가를 확대할 계획도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현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