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이 중국 내 롯데마트 매각을 추진하고 있지만 정치적 불확실성이 높은 데다 중국정부의 견제 움직임 등으로 매각이 쉽지 않아 보인다.
롯데그룹이 올해 안에 매각을 마무리하겠다는 목표를 세웠으나 쉽지 않을 수도 있다.
▲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10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중국 롯데마트 매각주관사인 골드만삭스가 외국계 유통기업 여러 곳과 접촉했지만 별다른 진전이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유통기업들은 중국 롯데마트 점포에 관심은 보이지만 롯데그룹과 가격 등 인수조건을 놓고 입장차이가 큰 것으로 전해졌다.
롯데그룹보다 먼저 중국에서 대형마트 철수를 추진한 신세계그룹은 중국 이마트 점포 6개 가운데 5개를 태국의 CP그룹에 매각하기로 했다.
신세계그룹이 매각가격보다 신속한 철수에 방점을 찍으면서 롯데마트 매각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신세계그룹은 장부가보다 낮은 가격에 점포를 매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단계적으로 철수수순을 밟아 중국 내 점포가 6개밖에 남지 않았던 신세계그룹과 달리 롯데그룹의 중국 롯데마트 점포 수는 112개에 이른다.
롯데그룹은 2007년 마크로 점포 인수, 2009년 타임즈 점포 인수에 모두 2조 원에 이르는 비용을 들였는데 이보다 낮은 가격에 점포를 매각할 가능성도 높은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매각이 늦어질수록 롯데마트의 손실이 더욱 커지는 점도 헐값매각 가능성에 힘을 실어준다. 영업이 중단된 점포에서도 인건비와 유지비가 꾸준히 들어가는 탓이다. 연말까지 롯데마트가 입을 손실은 1조 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추산된다.
중국정부의 중국기업 보호 움직임도 매각을 어렵게 하는 변수로 꼽힌다. 중국에서 외국계 대형마트를 둘러싼 영업환경이 갈수록 악화하면서 외국계 유통기업들이 대형마트사업 확대에 나서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정부는 롯데마트와 이마트가 중국에 처음 진출할 때만 하더라도 외국기업 유치에 적극적이었으나 2010년 외국기업에 주던 세제, 고용, 입지 등의 혜택을 없앴다. 지금은 중국기업 육성을 위해 각종 규제로 외국기업을 압박하고 있다. 중국에서 중국정부의 지원을 등에 업은 현지 유통기업들의 성장세가 매우 가파르다.
다만 중국의 정치적 리스크가 해결되면 롯데마트 매각에 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관측도 일각에서 제기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10월18일 열리는 중국 공산당 제19차 당대회 이후 외국계 유통기업들이 롯데마트 인수에 나설 수 있다"며 "중국정부의 텃세로 중국시장 개척이 어려운 상황에서 롯데마트가 중국에 보유한 점포를 인수할 경우 단번에 유통망을 확대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중국에서 외국계 유통기업이 운영하는 대형마트는 대만의 RT마트, 프랑스의 까르푸, 미국의 월마트 등인데 이들은 중국정부의 견제로 점포 확대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에서 롯데마트는 베이징, 상하이를 포함해 대도시에 좋은 입지를 선점한 곳이 많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