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의 새 스마트폰 ‘아이폰8플러스’에서 배터리가 부풀어오르며 제품이 손상되는 사례가 전 세계에서 잇따라 보고되면서 결함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갤럭시노트7의 배터리 발화사고에 대응해 전량 리콜과 단종을 결정한 만큼 애플은 이번 사태가 크게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 총력을 기울일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였다.
10일 경제전문지 포천에 따르면 현재까지 전 세계에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언론 등을 통해 아이폰8플러스의 배터리가 부풀어오르는 사건이 모두 6건 보고됐다.
이런 사례는 최근 10일 안팎의 기간에 중국과 대만, 일본과 캐나다 등 여러 국가에서 다양하게 발견되고 있다. 아직 소비자의 안전을 위협할 수 있는 발화사고 등은 발생하지 않았다.
외국언론들은 이번 사태를 지난해 삼성전자의 갤럭시노트7 발화사고 초반상황과 비교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배터리 결함으로 결국 전량 리콜과 단종을 결정했기 때문이다.
애플은 BBC 등 외국언론을 통해 이런 상황을 파악하고 조사를 벌이는 중이라는 입장을 내놓았다.
수백만 대로 추정되는 판매량에 비해 사고발생건수가 아직 적고 위험성도 높지 않다는 점을 고려하면 애플이 자발적으로 삼성전자와 같이 아이폰8의 대규모 리콜 등을 실시할 가능성은 낮다.
갤럭시노트7의 경우 300만 대 정도가 판매된 가운데 339건의 발화사례가 삼성전자에 보고됐다.
애플 주가도 사고발생 뒤 오히려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증권가에서 이번 제품 결함 논란이 실질적으로 아이폰 판매량 등에 악영향을 줄 가능성은 낮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아직 아이폰8시리즈 판매가 시작된지 1개월도 되지 않았고 한국 등 일부 국가에는 아직 출시되지 않은 만큼 점점 더 많은 결함사례가 발견될 가능성이 높다.
전자전문매체 맥루머는 “이런 배터리 결함은 흔하고 불량률도 높지 않은 수준”이라며 “하지만 소비자 안전을 위협하던 갤럭시노트7 발화사고처럼 발전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파악했다.
미국 소비자안전위원회(CPSC) 등 전 세계 관련당국은 갤럭시노트7 발화사고 이후 배터리 안전기준을 강화하는 등 대응에 나섰다. 애플에도 이번 사태에 대해 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댈 수 있다.
애플이 결함 원인을 파악할 때까지 판매중단을 요구받거나 생산을 늦춰야 할 경우 판매에 실질적인 타격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27일로 예정된 국내 출시일이 지켜질지도 불투명해지고 있다.
BBC는 배터리업계 전문가를 인용해 “배터리와 관련된 결함이 출시 초반부터 발견되는 것은 큰 문제”라며 “애플이 발빠르게 원인파악과 대처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애플이 최악의 경우 소비자안전위원회 등 단체의 명령으로 강제리콜을 실시한다면 받게 될 타격은 삼성전자 갤럭시노트7 사태와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클 수밖에 없다.
▲ 일본에서 공개된 아이폰8플러스 결함 사례. |
삼성전자와 달리 애플은 아이폰에 매출과 영업이익의 대부분을 의존하고 있는데다 대다수의 아이폰 구매자가 애플의 브랜드가치와 품질을 신뢰하고 있는 고정 소비자층이기 때문이다.
애플이 이번 논란에 미흡한 대처를 내놓거나 사고발생이 늘어나는 등 사태가 더 커진다면 이런 소비자들이 등을 돌리고 다른 브랜드의 스마트폰과 PC 등을 구매할 수도 있다.
이미 애플이 아이폰8의 미흡한 디자인과 높은 가격, 모바일 운영체제 iOS11의 소프트웨어 오류 등으로 골머리를 앓는 상황에서 악재가 겹치고 있기 때문에 전망은 더욱 어두워지고 있다.
포천은 “애플은 이번 사태에 큰 위기를 느끼고 비상체제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지만 대외적 입장표명 등에 입을 굳게 다물고 있다”며 “언제든 더 큰 사건으로 발전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포브스는 삼성전자의 경우 갤럭시노트7 사태 이후 배터리 안전검증절차를 대폭 강화하는 등의 노력을 보여줬다며 애플도 문제를 더 심각하게 인식하고 대응해야 할 것이라고 요구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