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와 KB국민카드가 자동차 복합할부금융 수수료율 결정을 다음달 10일로 미뤘다.
두 회사는 현대자동차의 KB카드 가맹점 계약을 한시적으로 연장하고 재협상하기로 합의했다. 갈등이 격화되자 개입의사를 밝혔던 금융감독원은 재협상 결과를 주목하고 있다.
◆ 갈등 끝에 11월10일로 수수료 협상 미뤄
현대자동차는 31일 KB카드와 벌인 복합할부금융 수수료 협상결과 다음달 10일까지 한시적으로 가맹점 계약을 연장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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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덕수 KB국민카드 사장 |
김덕수 KB카드 사장은 이날 오후에 현대자동차 양재동 사옥을 방문해 이원희 현대자동차 재경본부장을 만났다. 현대차 관계자는 “두 사람이 논의 끝에 가맹점 계약기간 연장과 재협의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현대자동차와 KB카드는 그동안 복합할부금융 수수료 문제로 가맹점 계약 만료시한인 31일까지 협상을 거듭했다. 만약 협상이 완전히 무산됐을 경우 소비자가 다음달 1일부터 현대자동차 제품을 살 때 KB카드를 사용하지 못해 큰 불편을 겪을 수 있었다.
복합할부금융은 소비자가 자동차를 살 때 대리점에서 신용카드로 결제하면 대금을 할부금융사가 대신 갚고 소비자가 할부금융사에 매달 할부금을 내는 것을 말한다. 카드사는 이 과정에서 결제대금의 일부를 수수료로 챙긴다.
현대자동차는 그동안 카드사에 복합할부금융 수수료로 결제대금의 1.85%를 지불했다. 그러다 지난 8월 KB카드를 비롯한 카드사에 복합할부금융 수수료율을 0,7%로 낮춰달라고 요청했다가 31일 1.0%로 완화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KB카드는 처음 수수료율을 1.75%로 인하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현대자동차가 거부하자 그 밑으로 낮출 수 없다고 대응했다.
현대자동차는 카드사가 일반 거래보다 원가가 적은 복합할부금융에 과도한 수수료율을 적용했다고 주장했다. 현대자동차 관계자는 “카드사는 복합할부금융 자금공여를 단 하루만 하면 된다”며 “다른 금융상품처럼 대손비용을 쌓는 것도 아니라 원가가 적다”고 말했다.
KB카드는 소비자의 이익을 유지하고 자금운용 부담을 고려하면 1.75%보다 더 낮은 수수료율 적용은 힘들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KB카드 관계자는 “소비자에게 혜택을 계속 주려면 1.75% 이하는 힘들다”고 말했다.
두 회사는 다음달 10일을 기한으로 수수료율 재협상에 들어간다.
◆ 금감원, 현대차 ‘우월적 지위’ 남용 지켜봤다
현대자동차가 KB카드 가맹점 계약을 한시적으로 연장한 것에 금융감독원의 대응도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은 31일 현대자동차와 KB카드 간 복합할부금융 수수료율 협상이 무산된다면 여신전문금융법상 부당행위를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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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원희 현대자동차 재경본부장 겸 사장 |
금감원 관계자는 “협상이 결렬될 경우 현대자동차가 복합할부금융 수수료율을 정하면서 우월적 지위를 이용했는지 알아보겠다”며 “수수료율의 적격비용 기준 위반 및 공정거래법에 따른 가맹점 계약해지 적정성 등 위법성과 부당성을 중점적으로 살피겠다”고 말했다.
여신전문금융법에 따르면 신용카드 대형가맹점은 거래를 진행할 때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카드사에 부당하게 낮은 수수료율을 요구할 경우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받을 수 있다.
금감원은 국내 자동차 시장점유율 1위인 현대자동차가 KB카드에 수수료율 인하를 요구하는 것은 법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봤다. 지난 8월31일 자동차 복합할부금융 가맹 수수료율은 1.5~1.9%가 적정하다고 밝히기도 했다.
최수현 금감원장은 지난 27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현대자동차와 KB카드의 수수료율 대립에 관해 “카드 소비자들에게 불편함이 없도록 단호하게 대처하겠다”고 말했다.
현대자동차는 금감원이 개입의사를 밝히자 “현대자동차는 카드사보다 우월적 지위를 보유하지도 않았고 현재 수수료율 인하 요구는 합리적 조정을 요청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금감원은 현대자동차가 다른 카드사에도 복합할부금융 수수료율을 낮춰달라고 일괄적으로 요구한 데 주목하고 있다. 현재 신한카드와 삼성카드가 각각 다음해 2월과 3월 현대자동차와 맺은 가맹점 계약이 만료되기 때문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현대자동차의 요구를 KB카드가 들어주면 다른 영세가맹점도 수수료율 인하를 요구해 파장이 커질 것”이라며 “현대자동차는 카드사가 수용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수수료율 협상을 진행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