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림산업의 오너 3세인 이해욱 부회장이 단독경영체제 다지기에 들어갔다. 공동대표이사 체제에서 단독 대표이사로 경영방향을 틀면서 오너경영을 더욱 강화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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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해욱 대림산업 대표이사 부회장 |
3일 업계에 따르면 대림산업은 오는 21일 열리는 정기주주총회에서 이 부회장을 대표이사로 재선임하기로 했으나, 공동대표이사였던 김윤 부회장은 제외하기로 했다. 새 등기임원에 이철균 사장과 김재율 부사장이 후보로 올랐다. 대림산업 측은 주주총회에서 대표이사를 추가로 선임할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이 부회장이 이번 주총을 계기로 대림산업 경영 전면에 나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대림산업 관계자는 "이해욱ㆍ김윤 대표이사 부회장 2인 지배체제가 이해욱 부회장 1인 지배체제로 바뀔지 아직 단정적으로 말하기 어렵다"면서도 "김윤 부회장이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나는 것은 기정사실"이라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2012년부터 김윤 부회장과 ‘투톱’을 이루며 대림산업을 이끌어왔다. 그런데 이번에 김 부회장이 임기만료를 2년이나 남겨두고 물러나는 것은 실적악화에 대해 책임을 물으면서 오너경영을 더욱 강화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대림산업은 지난해 4분기 국외사업 부진으로 3196억원의 영업적자와 103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김 부회장이 플랜트 등 해외사업을 총괄하고 있어 이번 인사에서 책임을 질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이 부회장은 최근 대림산업의 예상 밖의 실적부진으로 고전하고 있다. 한국기업평가는 지난달 27일 대림산업의 신용등급을 AA-에서 ‘부정적 검토’ 대상에 올렸다. 부정적 검토란 평가회사 내부적으로 신용등급 변경에 대한 심층검토가 시작됐다는 신호로 가까운 미래에 신용등급이 하락할 수 있다는 의미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대림산업의 올해 만기도래 회사채가 1000억 원이나 된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에 따르면 “비교적 잘 버텨왔던 대림산업이 4분기 대규모 손실을 기록하며 신용등급 하락 가능성이 커졌다”고 덧붙였다.
이 때문에 이 부회장이 올해에는 내부 의사결정권을 더욱 강화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기업의 경영방향을 결정하는 신년사를 김 부회장 명의로 발표했으나 올해부터는 이 부회장이 직접 발표한 것이 이런 분석을 뒷받침한다.
이 부회장은 신년사에서 직원들에게 체질을 개선해야 생존할 수 있다며 경각심을 가져달라고 당부했다. 이 부회장은 “올해는 어느 해보다 사업환경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진취적이고 적극적인 자세로 위기를 정면 돌파할 수 있도록 각자 맡은 바 업무에 최선을 다해달라”고 주문했다.
다행히 이 부회장이 올해 추진하는 플랜트사업의 전망이 그렇게 나쁘지만은 않다. 대림산업은 지난해 11월 1조 원대 초대형 플랜트사업으로 오만시장에 처음 진출했다. 대림산업은 앞으로 3년 동안 소하르 정유공장 증설을 맡게 됐다.
2009년 사우디 쥬베일 산업단지에서 시작한 정유 플랜트사업은 막바지 단계에 이르렀다. 김선태 현장소장은 "이번 공장을 제대로 넘겨주고 나면 앞으로 신뢰도가 더 높아져 석유관련 공사뿐 아니라 다른 공사수주도 용이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림산업은 한국 건설업체들의 1971년 이후의 사우디 전체 수주액(1260억달러) 중 160억달러(13%)를 차지하고 있다. 이 중 136억달러(85%)는 고부가가치 공사인 플랜트에 집중돼 있다.
이 부회장은 앞으로 에너지사업에도 힘을 실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2월 설립된 ‘대림에너지’는 대림산업이 지분 70%와 대림코퍼레이션이 지분 30%을 보유하고 있다. 이 부회장은 오는 4월 대림산업이 갖고 있는 포천파워와 밀머란SP를 대림에너지에 넘기기로 결정했다. 포천파워와 밀머란SPC의 매입금액은 각각 1106억원, 714억원으로 총 1820억원 가량의 자금이 대림에너지에 투입된다. 대림산업 관계자는 “기존 에너지 관련사업과 시너지 확대 및 신규사업 진출을 위해 두 회사를 대림에너지에 넘기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 부회장은 이준용 명예회장의 3남2녀 중 장남이자 이재준 대림산업 창업주의 손자다. 이 부회장은 1995년 대림엔지니어링에 입사한 이후 건설부문 기획실장, 유화부문 부사장, 대림코퍼레이션 부사장 등을 거쳐 2010년 2월 대림산업 부회장에 올랐다.
지난 2011년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는 대림산업 등기이사로 선임됐고 같은해 5월 대표이사를 맡았다. 이 부회장은 오너 일가 11명 중 보유 주식이 가장 많다. 현재 최대주주인 대림코퍼레이션의 지분 32.1%와 대림산업 지분 0.47%를 소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