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준 효성 회장이 사외이사와 감사위원을 대거 교체한다.
경영투명성을 높이라는 외부의 요구를 수용하면서 지주사체제로 전환을 위한 포석을 깔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21일 효성에 따르면 22일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사외이사와 감사위원을 새로 선임하는 안건을 승인받는다.
올해 3월 열린 정기주주총회에서 감사위원 선임안건이 부결된 데 따른 후속조치다.
효성은 당시 기존 감사위원을 재선임하려고 했지만 이들이 효성에서 이미 10여 년 가까이 일을 해 독립적으로 효성을 감시할 수 없는 인물들이라는 비판이 나와 국민연금 등 주주들의 반대에 부딪혀 안건이 통과되지 못했다.
효성은 이번 임시주주총회에서 손영래 전 국세청장과 김명자 전 국회의원, 권오곤 전 대구고등법원 부장판사, 정창명 전 대검찰청 검찰종장을 사외이사 및 감사위원 후보로 올리고 정상명 전 대검찰청 검찰총장을 감사위원 후보로 냈다.
사외이사 수도 기존보다 늘어나고 감사위원은 물갈이되는 것이어서 효성의 경영투명성 확보를 위한 감시시스템을 강화하려는 조치로 풀이된다.
효성이 사외이사 및 감사위원 후보로 내세운 인물들은 김대중 정부와 참여정부 때 공직자로 활동했던 인물들이다.
손영래 후보와 김명자 후보는 김대중 정부 때 각각 국세청장과 환경부 장관을 지냈다. 특히 김명자 후보는 장관임기를 마친 뒤 열린우리당 소속 국회의원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권오곤 후보도 김대중 정부 시절 대구고등법원 부장판사를 맡았으며 정상명 후보는 노무현 전 대통령과 사법시험 동기이자 참여정부의 검찰총장에 오르기도 했다.
이 때문에 일부 시민단체에서는 부정적 눈길을 보내고 있다.
경제개혁연대는 논평을 내 “권오곤 후보와 김명자 후보는 오너일가와 학연으로 이어져 있어 독립성을 확보할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며 “권오곤 후보는 특히 조석래 효성그룹 전 회장의 형사소송을 대리하는 법률사무소에서 일을 하고 있어 효성에 우호적인 세력”이라고 지적했다.
권오곤 후보와 최중경 후보는 조석래 회장, 이상운 부회장과 같은 경기고등학교를 졸업했다. 김명자 후보는 조석래 회장의 부인인 송광자 부사장과 경기여자고등학교 동문이다.
특히 권오곤 후보는 지난해부터 김앤장법률사무소 국제법연구소 초대 소장으로 일을 하고 있는데 김앤장 법률사무소는 효성 오너일가와 연관이 많다.
김앤장법률사무소는 현재 조석래 회장의 횡령, 배임, 조세포탈 등 혐의와 관련해 변호를 맡고 있다. 또 과거 조석래 회장의 아들인 조현문 전 효성 사장이 김앤장법률사무소에서 일을 한 적이 있고 조현준 회장의 법률 대리인을 맡기도 했다.
효성 관계자는 “정부 요직에 있었던 인물 가운데 경기고, 경기여자고등학교 등 명문고와 명문대학교를 졸업하지 않은 사람이 거의 없을 것”이라며 “전문성을 고려해 사외이사 및 감사위원 후보로 올린 것”이라고 말했다.
효성은 경영의 투명성과 함께 안정성을 높이는 방안으로 조만간 지주사체제 전환을 위한 지배구조개편 작업에도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효성은 현재 사업부문 별로 7개 PG로 구성돼 있는데 인적분할을 통해 각 사업부문을 독립회사로 쪼개고 지주회사를 세울 수 있다고 증권업계는 바라본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가 효성이 인적분할하기에 가장 좋은 시기"라며 "조현준 회장이 효성그룹 회장에 이어 대표이사에도 올라 3세 경영체제를 본격화한 만큼 지배구조 개편이 가시화할 것"라고 내다봤다.
조현준 회장 등 오너일가가 보유하고 있는 효성 지분은 37.5% 정도다. 효성이 인적분할을 통해 지주사로 전환하면 오너일가가 사업회사 지분을 지주사에 현물출자하면서 효성 지배력이 대폭 강화돼 안정적인 경영권 승계구도가 마련될 수 있다.
효성이 문재인 정부 압박을 피해 지주사 전환을 추진하기에는 지금이 마지막 적기라는 말이 많다. 지주사 전환에 세금혜택을 주는 조세특례제한법 적용이 2018년 말 끝나는 데다 문재인 정부는 향후 지주사 전환 요건을 기존보다 강화하겠다는 방침을 세워뒀기 때문이다.
효성 관계자는 “인적분할 및 지주사 전환과 관련해 아직 검토하고 있는 단계이며 이사회 일정도 확정되지 않았다”며 “인적분할 및 지주사 전환은 효성의 PG가 너무 많아 경영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몇 년 전부터 논의되던 사안”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지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