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B산업은행이 대우건설 매각에 속도를 내고 있다.
다만 대우건설 주가가 부진에서 쉽게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어 ‘헐값매각’ 논란이 일어날 가능성도 엿보인다.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은 20일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대우건설 매각을 9월 말에 공고하기로 결정했다”며 “2018년 초에 매각이 성사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대우건설은 내가 취임하기 전부터 매각이 결정됐고 지금 실사도 진행 중”이라며 “성공확률이 어느 정도인지 속단할 수 없지만 빨리 매각되도록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 회장이 산업은행의 공적자금 회수율을 높이기 위해 대우건설 매각을 미루고 구조조정 등을 먼저 실시할 수 있다는 일각의 예상을 뒤엎은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전임자인 이동걸 전 회장이 대우건설의 매각절차를 이미 진행해 왔던 만큼 새 회장이 왔다 해도 시장의 신뢰 차원에서 결정을 되돌릴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산업은행 관계자도 “대우건설 주가가 중요한 사안인 것은 맞지만 그것만으로 매각 여부를 판단할 수 없다”며 “시스템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매각절차를 이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 회장은 금호타이어 매각이 불발된 상황에서 공적자금 회수에만 집중했다가 대우건설을 팔기 위한 적기까지 놓칠 가능성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국내외 기업 10여 곳이 대우건설 인수에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사우디아라비아의 국부펀드인 아람코 등 해외기업들의 관심이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대우건설 주가가 비교적 양호한 실적전망에 힘입어 더 오를 가능성도 있다.
증권업계의 전망을 종합하면 대우건설은 올해 영업이익 1조 원가량을 내 지난해 영업손실 4672억 원에서 흑자전환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건설업종 주가가 전반적으로 부진한 점을 감안하면 대우건설 주가가 매각 시점까지 지금 수준에 머물러 산업은행의 낮은 공적자금 회수율 문제가 다시 부각될 위험성도 있다.
산업은행은 2010년 사모펀드(PEF) KDB밸류제6호를 통해 대우건설 지분 50.75%를 주당 1만8천 원에 사들였다.
산업은행이 투자한 원금을 회수하려면 대우건설 주가가 최소 1만3천 원을 넘어서야 할 것으로 평가된다.
대우건설 주가는 20일 7130원으로 장을 마감했는데 주가가 수준에 계속 머무를 경우 산업은행은 1조3천억 원 규모의 손실을 입게 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산업은행은 지난해에 비금융자회사 지분을 대거 팔았을 때 헐값매각 지적을 받았던 전력이 있다”며 “특히 대우건설은 해외기업에 팔릴 가능성이 높아 국부유출 논란까지 겹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