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디모데 기자 Timothy@businesspost.co.kr2017-09-20 14:3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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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네트웍스가 휴대폰 단말기 유통사업에서 손을 떼게 될까.
국회에 등장한 단말기 완전자급제 법안은 SK네트웍스의 유통사업 참여를 허용하지 않고 있다. 원안대로 국회에서 통과될 경우 SK네트웍스는 단말기 유통사업을 포기해야 한다.
▲ 최신원 SK네트웍스 회장.
20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회에 발의된 단말기 완전자급제 법안은 단말기 유통시장 1위 사업자인 SK네트웍스의 유통사업 참여를 배제하고 있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이 18일 발의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은 이동통신사업자 및 관계자는 단말기 판매를 할 수 없도록 규정했다. 제조사가 판매점을 통해서만 단말기 판매를 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 법안에 따르면 통신사업자인 SK텔레콤의 관계사인 SK네트웍스는 단말기 유통을 할 수 없게 된다.
단말기 완전자급제 법안은 야당뿐 아니라 여당도 준비하고 있다. 여당 안은 야당에서 나온 안보다 강한 규정을 두도록 한 것으로 알려져 역시 SK네트웍스의 단말기 유통은 허용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SK네트웍스는 올해 상반기에만 휴대폰 단말기 도매유통을 하는 정보통신 유통사업에서 2조2788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전체 매출의 22.54%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크다. 휴대폰 유통에서 손을 떼게 되면 타격이 작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당초 단말기 완전자급제가 시행되더라도 SK네트웍스의 피해는 제한적이거나 오히려 수혜를 입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단말기 판매를 맡는 소매점들이 영세하기 때문에 자금력이 있는 중간 공급업자의 역할이 부각될 것이라고 봤기 때문이다.
손윤경 SK증권 연구원은 6일 “단말기 자급제가 도입되면 SK네트웍스 같은 대형 도매사업자의 역할이 필수적”이라며 “중소 소매업체들이 삼성전자 같은 제조사와 가격협상을 하는 것은 불가능해 대형 도매사업자가 필요하다”고 바라봤다.
이번에 김성태 의원이 발의한 완전자급제 법안도 영세 판매점의 자금운영의 어려움을 고려해 공급업자의 역할을 명시했다. 다만 통신사 관계사를 공급업자에서 제외한다고 해 SK네트웍스의 단말기 유통사업을 원천 봉쇄했다.
아직 국회에서 법안이 통과되지 않아 SK네트웍스의 단말기 유통 업 제한이 확정된 것은 아니다. 특히 발의된 법안에 따르면 휴대폰 제조사인 LG전자도 LG유플러스의 관계사라는 이유로 단말기 판매에서 제외될 수 있어 유통업자의 범위는 다소 조정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재계 관계자들은 완전자급제 도입을 계기로 SK네트웍스가 결국 휴대폰 유통을 내려놓지 않겠느냐는 관측을 내놓는다. 이미 2014년 휴대폰 소매 판매사업을 SK텔레콤 자회사인 피에스앤마케팅에 매각해 휴대폰 유통사업 비중을 줄이고 있는데다 최근 렌탈사업을 성장동력으로 키워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단말기 완전자급제 도입 논의를 SK텔레콤이 적극적으로 제기한 이상 유통사업 철수는 받아들여야 하지 않겠느냐는 의견도 있다.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은 6월 그룹 확대경영회의에서 “단말기 유통에서 손을 떼야 한다”며 “통신비 인하는 제조사들도 동참해야 한다”고 자급제 도입을 암시하는 발언을 했다. 그는 9월4일에도 “시장이 원하면 가능할 것”이라고 긍정적인 시각을 내비쳤다.
SK그룹은 사업에 제약을 받는 각종 규제들에 비교적 저항하지 않고 순응하는 편이다. 규제를 피해가는 방안을 모색하기보다 사업에서 깔끔하게 손을 떼는 경향이 강하다는 얘기다.
중고차 유통사업을 하는 SK엔카 매각에 나선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SK엔카는 중고차시장 1위 기업이지만 2013년 중고차판매가 중소기업 적합업종에 지정되면서 사업확대에 제동이 걸렸다.
결국 SK그룹은 SK엔카를 매각하기로 결정하고 18일 예비입찰을 진행했다. 중고차 시장의 성장성을 높게 본 스틱인베스트먼트, 한앤컴퍼니 등 사모펀드들이 뛰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SK그룹은 지주회사가 금융회사 지분을 보유하지 못하도록 한 공정거래법에 따라 얼마 전 SK증권도 케이프투자증권에 매각하기로 했다. 금융위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거쳐 매각작업이 완료된다.
2015년 8월 SK와 SKC&C 합병으로 지주회사가 탄생하면서 SK증권 지분 처분 의무가 발생했다. 원샷법을 적용할 경우 1년의 유예기간을 확보할 수 있지만 시간을 끌지 않고 매각하는 길을 선택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