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병현 기자 naforce@businesspost.co.kr2017-09-19 17: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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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말기 판매와 통신사 가입을 분리하도록 하는 단말기 완전자급제가 도입되면 SK텔레콤이 가장 큰 수혜를 볼 수 있다.
그러나 휴대폰 제조사, 유통업체 등 다양한 집단의 이해관계가 얽혀있어 완전자급제 도입이 쉽지만은 않을 것으로 보인다.
▲ 박정호 SK텔레콤 사장.
양종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19일 “단말기 완전자급제가 도입되면 단말기를 팔지 못하는 이통사는 요금 등 서비스로 경쟁하게 될 것”이라며 “이통3사는 대리점 및 판매점에 지급하던 판매장려금(리베이트) 등 마케팅비용이 감소해 영업이익이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은 18일 이동통신단말기 판매와 이동통신서비스 가입을 분리하는 내용을 뼈대로 하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개정안은 단말기 판매는 제조사와 판매점이 맡고 통신서비스 가입은 이통사와 이통사 대리점이 담당하도록 규정했다. 이통사가 가입자 확보를 위해 단말기를 함께 판매하면서 투입하는 마케팅 비용을 줄여 통신비 인하를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단말기 완전제급제는 이통사 실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통3사가 유통망에 지급하는 판매장려금, 단말기지원금 등이 줄어들고 단말기 재고 관리비도 감소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통3사는 매년 대리점 및 판매점에 약 3조4천억 원의 마케팅비용을 투입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양 연구원은 “단말기 완전자급제 시행으로 개통 가입자당 대리점 리베이트가 2만 원 줄어들면 이통3사 마케팅비용은 4천83억 원이 줄어들 것”이라며 “이는 이통3사의 2018년 영업이익 추정치의 9.6%에 이르는 것”이라고 말했다.
단말기 완전자급제로 SK텔레콤은 1810억 원, KT는 1230억 원, LG유플러스는 1040억 원의 영업이익 증가효과를 볼 것으로 추정됐다. 가입자당 대리점 리베이트가 3만5천 원 감소한다고 가정할 경우 이통3사의 마케팅비용은 최대 7140억 원까지 줄어들 수 있다.
SK텔레콤은 경쟁 이통사들보다 더 큰 수혜를 볼 것으로 예상된다. 이통3사 사이 요금차이가 미미한 상황에서 단말기 완전자급제는 장기가입자에 대한 마일리지 혜택으로 가입자 유지가 쉬운 시장지배적 사업자에 다소 유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SK텔레콤은 이통통신에서 시장점유율 43%를 차지하고 있다.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이 4일 공식석상에서 “시장이 원하면 단말기 완전자급제를 하는 것이 좋지 않겠냐”며 긍정적인 입장을 내비친 것도 이런 계산이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단말기완전자급제 도입을 반대하는 목소리도 작지 않다.
▲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
삼성전자 등 단말기제조사나 판매점 등 유통업체는 단말기 완전자급제 도입을 반대하고 있다. 제조사는 기존 이통사 유통망이 사라지면 자체 유통망을 구축해야하는 부담을 안게 되고 유통업체는 이통사의 판매장려금이 없어지면 생존권을 위협받게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진해 삼성전자 전무는 12일 갤럭시노트8 미디어데이에서 “삼성전자는 글로벌기업이어서 단말기 가격을 한국 시장만 높게 하거나 낮게 하기 어렵다”며 “완전자급제가 시행되면 가격이 많이 내려갈 것으로 기대하는데 거기에서 온도차가 있다”며 부정적인 의견을 보였다.
그는 “전체적인 시장의 유통이 많이 붕괴될 것 같다”며 “유통에 계시는 분들의 고통이 클 것이며 고용과 생태계 파괴가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정부도 단말기 완전자급제 도입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통사의 판매장려금 삭감이 통신비인하를 유도할 수는 있지만 10만 명에 이르는 폰판매업자의 상당수가 도산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효성 방송통신위원장도 단말기 완전자급제가 유통업체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만큼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선택약정할인 상향에 이은 통신비 인하방안으로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보편요금제’를, 방통위는 ‘분리공시제’를 우선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만큼 단말기 완전자급제는 당장 도입될 가능성이 크지 않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단말기 완전자급제는 기존의 휴대폰 유통구조를 완전히 뒤엎는 것이고 파장도 클 것으로 예상돼 도입 이전에 사회적 논의기구가 구성돼야 한다”며 “도입을 반대하는 의견도 많아 정부가 마지막 통신비 인하방안으로 고려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