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원 현대라이프생명 대표이사가 영업점 폐쇄와 인력감축 등 체질개선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노사갈등이 커지고 있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 대표가 최근 현대라이프생명의 영업점을 대거 폐쇄하는 등 비용절감 및 영업효율화 전략을 강하게 밀어붙이면서 노조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현대라이프생명 노조는 7일 이 대표를 부당노동행위 혐의로 서울지방고용노동청 남부지청에 고소고발했다.
노조는 사측이 희망퇴직을 받기에 앞서 직원 25%가량의 잔존 인력 리스트를 미리 만들어 놓았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노조는 이른바 '살생부 명단'에는 노동조합원들 가운데 10%만이 남아있었다고 주장했다.
노조 관계자는 “회사결제시스템에 올라와있던 문서로 최초 목격됐고 이 문서대로 인사발령이 이루어진 팀도 이미 있다”고 말했다.
현대라이프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단순한 조직변경안을 과잉해석한 것일 뿐"이라며 "살생부 명단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노조는 현대라이프생명 사측이 경영위기라는 명목 아래 점포폐쇄를 한 뒤 정리해고를 하는 수순을 밟고 있다고 파악한다.
노조는 사측이 현대라이프생명의 전국 74개 점포를 9월1일자로 모두 폐쇄했다고 주장했다. 영업점에서 일하고 있던 설계사들에게는 일방적으로 재택근무를 하라고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측은 영업점을 30개로 통폐합했고 축소하는 과정에 있다고 해명했다.
현대라이프생명은 전속설계사채널(FC)와 방카슈랑스 채널(BA), 일반대리점 채널(GA) 모두를 한꺼번에 없앴는데 이는 보험업계서 이례적인 일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노조 관계자는 “김앤장법률사무소가 비용효율화 전략으로 제시한 규모보다 더 강도높은 점포 폐쇄를 단행해 컨설팅을 맡은 김앤장법률사무소마저 놀랐다는 녹취록도 확보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현대라이프생명의 경영난을 타개하기 위한 방법으로 이런 강력한 구조조정 카드를 꺼내든 것으로 관측된다.
현대라이프생명은 2012년 출범 이래 5년 동안 좀처럼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현대라이프생명은 올해 상반기에도 순이익 기준으로 90억 원 적자를 냈다.
현대라이프 관계자는 “회사가 생존의 위기에 처해있는 만큼 비효율적인 채널을 정리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과정”이라며 “법인채널 등 잘하는 영업은 활성화하고 수익성이 떨어지는 채널은 축소하고 있다”고 말했다.
▲ 현대라이프생명보험지부는 9월7일 현대라이프생명 본사 앞에서 무차별적인 점포폐쇄를 저지하기 위한 결의대회를 열었다. |
이 대표는 영업점포 폐쇄로 재무설계사(FP)들을 내보내는 한편 정규직 직원들의 인력도 감축하고 있다. 이 대표는 11일까지 120명가량의 희망퇴직자를 확정해 15일자로 퇴사하도록 조치했다.
현대라이프생명의 인력구조는 역피라미드형으로 과장·부장급이 전체 직원 가운데 50~60%를 차지하는데 이 대표는 인건비 절감 효과를 높이기 위해 상대적으로 임금이 높은 직급의 직원들을 내보내려는 것으로 보인다.
현대라이프생명은 녹십자생명이 2003년 대신생명을 인수하고 현대차그룹이 2012년 녹십자생명을 인수한 과정을 거쳐 지금에 이르렀는데 인수합병 때마다 구조조정 없는 100% 고용승계를 보장했던 탓에 현재 인력정체가 심각한 수준이다.
현대라이프생명 관계자는 "미리 진작에 해결했어야 하는 부분을 이제 진행하는 것"이라며 "새 국제회계기준 도입을 앞두고 재무건전성을 제고하기 위해 필요한 작업"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가 강도높은 구조조정을 밀어붙이는 이유가 현대차그룹으로부터 자금을 지원받기 위한 것이라는 말도 들린다.
현대라이프생명은 새 국제회계기준을 앞두고 재무건전성을 높이기 위해 자본확충이 절실한 입장이다. 현대라이프생명은 지급여력비율이 올해 6월 말 기준으로 164%로 생명보험사 업계에서 하위 수준이다.
대주주인 현대차그룹은 인수대금 2300억 원을 제외하고도 5년 동안 후순위채 발행 등으로 현대라이프생명에 2600억 원의 자금을 투입한 만큼 새 유상증자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비즈니스포스트 김현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