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은 새 아이폰 가운데 비교적 가격이 낮은 ‘아이폰8’ 시리즈에도 증강현실과 무선충전 등 새 기능을 대거 적용하며 성능과 가격경쟁력을 모두 확보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에 따라 아이폰8이 삼성전자 갤럭시노트8과 LG전자 V30의 글로벌 판매를 위협할 가능성이 높다.
▲ 고동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사장, 팀 쿡 애플 CEO, 조준호 LG전자 MC사업본부 사장(왼쪽부터).
전자전문매체 테크크런치는 13일 “아이폰8 시리즈는 아이폰X와 비교해 훨씬 대중적 제품으로 기획됐다”며 “이전작인 아이폰7과 비교해 충분한 변화가 일어났다”고 평가했다.
애플은 새로 선보인 아이폰 신제품을 고가모델 아이폰X와 일반모델 아이폰8 시리즈로 구분해 내놓았다. 시장의 예상과 달리 제품명을 아이폰7S가 아닌 아이폰8로 정했다.
그동안 애플이 보인 전략대로라면 아이폰7을 출시한 이듬해에는 디자인을 유지하고 성능만 일부 개선한 아이폰7S를 내놓아야 하지만 올해는 대대적인 라인업 변화를 시도한 것이다.
아이폰8은 외관소재가 금속에서 유리로 바뀌고 증강현실과 무선충전기능이 새로 추가되는 등의 개선점이 적용됐다. 최초로 인공지능기술을 적용한 프로세서가 탑재된 것도 중요한 특징이다.
그동안 애플이 디자인을 크게 바꾸고 올레드패널을 적용해 내놓는 고가모델 ‘아이폰X’를 주력으로 앞세우며 증강현실 등 새 핵심기능도 아이폰X에만 탑재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지만 이런 예상을 뒤집었다.
황민성 삼성증권 연구원은 “애플은 1천 달러의 고가로 출시되는 아이폰X에 소비자들이 저항감을 느낄 수 있는 만큼 가격이 낮아진 아이폰8을 대안으로 제시했다”며 “기존 아이폰 사용자들의 교체수요를 충분히 유도할 수 있는 정도의 발전을 보였다”고 분석했다.
아이폰7과 비교해 체감가격도 낮아졌다. 출고가는 50달러 정도 높아졌지만 내장메모리 용량이 32기가에서 64기가로 늘어난 만큼 소비자들이 더 비싼 고용량 모델을 선택할 이유가 적기 때문이다.
황 연구원은 올해 아이폰X와 아이폰8 시리즈의 판매비중이 각각 50% 정도로 비슷할 것이라는 추정을 내놓았다. 대부분의 수요가 아이폰X에 쏠릴 것이라는 기존 전망과 상반되는 것이다.
테크크런치는 “아이폰X를 자동차에 비유한다면 럭셔리카와 같은 것”이라며 “아이폰8은 세단과 같이 대중성을 확보해 대다수 소비자의 수요를 이끌 만한 제품”이라고 바라봤다.
▲ 삼성전자 갤럭시노트8, LG전자 V30, 애플 아이폰8 시리즈(왼쪽부터).
아이폰X의 정식출시일도 11월 초로 예상보다 늦어져 아이폰8과 약 두 달 정도의 격차가 있다. 신제품 출시를 기다리던 소비자들의 수요가 아이폰8에 몰릴 가능성이 더 높아진 셈이다.
애플의 이런 전략은 하반기 스마트폰시장에서 경쟁을 앞두고 있는 삼성전자 갤럭시노트8과 LG전자 V30의 판매에 위협이 될 수밖에 없다.
갤럭시노트8의 출고가는 한국 기준 109만 원, V30은 94만 원 정도로 책정돼 애플이 주력상품으로 앞세울 아이폰X와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가격경쟁력을 확보할 것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지금 상황대로라면 80만 원 미만에 판매될 것으로 보이는 아이폰8과 90만 원 안팎으로 추정되는 아이폰8플러스가 경쟁상대로 자리잡을 가능성이 높다.
권성률 동부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는 갤럭시노트7 타격의 회복, LG전자는 스마트폰 반등, 애플은 아이폰 출시 10주년을 맞아 경쟁력 증명을 각각 과제로 안아 뜨거운 경쟁을 벌일 것”이라며 “애플은 아이폰X 출시 전까지 아이폰8 시리즈를 주력으로 판매에 열을 올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