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은행 노동조합이 하나-외환은행 조기통합을 놓고 하나금융지주에 처음으로 대화를 제안했다.
노조는 그동안 조기통합에 대한 대화를 거부했던 입장에서 벗어나 하나금융과 직접 이 사안을 논의하겠다고 밝혀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조기통합을 위한 대화의 장이 마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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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 |
이에 따라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조기통합은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그러나 노조가 대화를 통해 조기통합에 대한 반대의견을 펼치겠다는 입장이어서 최종 합의에 이를 수 있을지 미지수다.
외환은행 노조는 28일 외환은행 본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하나금융에 진정성있는 대화를 제의한다”고 밝혔다.
김근용 외환은행 노조위원장은 “하나금융과 대화하기 전에 요구했던 선결조건이 아직 해결되지 않았으나 노조가 통큰 결단을 내렸다”며 “대화의 장에서 조기통합 반대의사 등을 모두 포함해 논의하려 한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대화상대는 2.17 합의서 당사자인 하나금융이어야 한다”며 “기본적으로 2.17 합의서를 지키면서 외환은행과 한국 금융산업에 도움이 되는 방안을 논의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노조는 “외환은행 경영진이 금융위원회 국정감사가 끝난 날 본래 예고했던 것보다 직원들에 대한 징계의 강도와 범위를 줄여 발표했다”며 “이번 국감을 통해 진정성있는 논의의 필요성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외환은행 노조는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이 지난 7월 하나-외환은행 조기통합의 필요성을 밝힌 뒤 대화를 거부하며 조기통합 논의 자체를 반대했다. 외환은행이 지난달 3일 노조 임시조합원총회에 참여하려던 직원 898명을 징계하려 하면서 노사갈등은 격화됐다.
김정태 회장은 지난 13일 노조 사무실을 직접 방문해 김근용 위원장과 30분 동안 대화를 나누는 등 노조를 협상의 장으로 끌어내기 위해 노력했다.
그뒤 외환은행은 27일 인사위원회에서 직원들에 대한 징계를 확정하면서 규모와 수위를 대폭 낮췄다. 인사위원회는 징계대상 898명 가운데 860명을 제외한 38명에게 징계를 내렸다. 이 가운데 21명은 경징계를 받았으며 17명이 정직과 감봉 등 중징계 대상이 됐다.
외환은행 노조는 징계가 대폭 완화된 뒤 하나금융에 대화를 제의했다.
김보헌 외환은행 노조본부장은 “징계철회는 노조가 하나금융과 대화하기 위해 요구했던 조건 중 하나”라며 “징계수위가 낮아진 것도 이번의 대화제의에 어느 정도 영향을 줬다”고 말했다.
김 본부장은 “조기통합에 여전히 반대하지만 예전처럼 관련 대화를 전혀 하지 않으려는 것은 아니다”라며 “앞으로 하나금융과 대화를 나누면서 반대의견을 개진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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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근용 외환은행 노동조합위원장 |
외환은행 노조는 직원들에 대한 징계를 완전철회해야 한다고 거듭 요구했다. 노조 관계자는 “직원들이 모두 징계를 받으면 안 된다는 것이 노조의 의견”이라며 “하나금융과 대화하게 될 경우 이 문제도 계속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김 회장은 10월 중으로 하나은행과 외환은행 이사회를 열어 두 은행의 통합을 논의한 뒤 바로 금융위원회에 승인을 신청하겠다고 밝혔다.
노조 관계자는 “일방적으로 이사회를 진행하고 금융당국에 통합 승인신청을 하는 것은 안 된다”며 “노조가 진정성을 보인 만큼 하나금융도 현명한 선택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