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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이 지난 1월10일 열린 '하나금융지주 경영비전 발표' 행사에서 하나금융의 새 비전에 관해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
하나금융의 실적이 썩 좋지 않다. 김정태 회장은 부진한 실적 때문에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하나금융은 올해 3분기에 당기순이익 2944억 원을 냈다. 지난 2분기보다 29.5% 줄었으며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도 17.7% 감소했다.
하나금융은 지난해부터 전반적으로 실적이 부진하다. 김 회장이 취임하기 전인 2011년 말 하나금융은 연결기준으로 당기순이익 1조3031억 원을 냈다. 그러나 지난해 말 9430억 원으로 줄었다.
주력계열사인 하나은행은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올해 계속 부실대출 문제에 휘말리고 있다. 김종준 하나은행장은 KTENS 사기대출 안건으로 금융감독원의 중징계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3분기 실적도 동부제철과 모뉴엘에 빌려준 돈 때문에 크게 떨어졌다.
김 회장은 2012년 3월 취임하면서 오는 2015년까지 은행권 부동의 1위가 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하나금융이 실적부진에 시달리는 동안 업계 선두주자인 신한금융은 더욱 격차를 벌렸다. 신한금융은 지난해 연결기준으로 당기순이익 2조596억 원을 내 하나금융과 1조 원 이상 차이가 난다.
김 회장은 올해 초에도 2025년까지 순이익 기준으로 국내 1위 은행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 성장세 후퇴하는 하나금융
김 회장은 올해 1월 발표한 경영비전에서 국내 1위 은행을 만들기 위해 인수합병과 수익다각화에 힘쓰겠다고 밝혔다.
김 회장은 단순한 자산증가에 의존하지 않고 브랜드 신뢰도를 높여 전체 순이익에서 해외영업 비중을 40%, 비은행 부문을 30%까지 늘리겠다고 했다.
김 회장은 하나금융의 자산을 꾸준히 불려왔다. 하나금융의 총자산은 2011년 말 178조 원이었는데 올해 상반기 말 기준으로 315조 원으로 증가했다.
그러나 하나금융은 자산이 늘어난 데 비해 실질적 시너지를 아직 얻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김 회장 임기 첫해인 2012년 말 당기순이익이 1조7292억 원이었으나 그 다음해에 바로 1조 원 아래로 떨어지며 체면을 구겼다.
특히 총자산의 87.7%를 차지하는 은행실적으로 전반적 부진에 시달리고 있다.
하나은행은 지난해 연결재무제표기준으로 당기순이익 7087억 원을 냈다. 2011년 말 1조2452억 원이었던 순이익이 40% 이상 하락했다.
외환은행은 실적 하락폭이 더욱 컸다. 외환은행은 지난해 연결재무제표 기준으로 당기순이익 4441억 원을 냈다. 순이익은 2011년 말 1조6547억 원이었으나 급감했다.
전문가들은 하나금융이 외환은행을 인수한 뒤 오히려 두 은행의 경영상태가 안 좋아진 부분도 있다고 지적한다.
하나은행의 활동고객은 현재 4대 금융지주 가운데 가장 적은 540만 명이다. KB국민은행은 1250만 명, 신한은행 820만 명, 우리은행 770만 명에 이른다. 고객성장률도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을 합쳐 4.4% 수준이다. 신한은행의 5.9%와 우리은행의 5.2%보다 한참 낮다.
외환은행의 경우 주요 수익원인 외환거래 부문의 부진이 더욱 심각해졌다. 외환은행은 2010년 우리은행에 외환부문 1등을 내준 뒤 선두로 치고 올라가지 못하고 있다. 2011년 2180억 원이었던 외환수수료 이익도 지난해 말 1920억 원으로 줄어들었다.
외환은행 노동조합은 하나금융이 외환은행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대규모 배당액을 받아가면서 실적이 크게 떨어졌다고 주장한다. 김 회장이 취임한 뒤 배당액 및 통합작업에 쓰일 돈을 출연하라고 청구한 것도 실적부진에 영향을 줬다고 본 것이다.
외환은행 노조 관계자는 “외환은행이 인수된 뒤 하나금융 쪽으로 빠져나갔거나 그럴 예정인 현금성 자산이 약 1조9911억 원에 이른다”며 “2조 원에 가까운 돈이 외환은행 성장과 큰 관계가 없는 곳에 쓰여 실적부진에 영향을 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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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왼쪽)과 김종준 하나은행장(오른쪽) <하나금융지주> |
◆ 부실대출에 타격받는 김정태
하나은행은 올해 들어 연이어 부실대출로 실적부진을 겪고 있다.
하나은행은 지난 2월 밝혀진 KTENS 협력기업 사기대출에 연루되면서 신뢰도에 큰 손상을 입었다. KTENS의 협력기업 직원들이 2008년부터 특수목적법인(SPC)을 통해 허위 매출채권을 발행하는 방식으로 1조8천억 원 규모의 사기대출을 받아 약 3천억 원을 갚지 않았다.
하나은행은 피해를 입은 은행들 가운데 부실대출액이 1571억 원으로 가장 많았다. 금감원이 하나은행의 KTENS 대출심사절차에 문제가 있던 사실을 적발하고 김종준 행장을 포함한 50여 명의 직원들에게 제재를 내릴 절차를 밟고 있다.
최수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16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른 시일에 하나은행에 대한 제재를 확정하겠다고 밝혔다. 최 원장은 “KTENS 사기대출 검사를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히 진행하고 있다”며 “하나은행에 대한 제재도 곧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나은행은 KTENS 협력기업 사기대출 사건 때문에 올해 1분기 실적하락을 겪었다. 1분기 당기순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3.1% 감소한 1927억 원으로 뚝 떨어졌다.
하나은행은 3분기에도 부실기업에 빌려준 돈 때문에 대손충당금을 쌓으면서 실적하락을 겪었다. 대손충당금은 은행이 돈을 빌려준 뒤 회수를 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되는 금액을 추정해 수익의 일부를 미리 쌓아두는 것이다.
하나은행은 3분기에 대손충당금 전입액 2880억 원을 기록했다. 지난 2분기 대손충당금 2610억 원보다 10.4%가 늘어난 수치다. 동부제철이 자율협약에 들어가면서 충당금 440억 원이 들어갔고 모뉴엘도 법정관리를 신청하면서 충당금 240억 원이 추가로 쌓은 탓이 컸다.
외환은행도 모뉴엘에 대해 상당량의 여신을 보유하고 있어 실적에 피해를 입었다. 외환은행은 모뉴엘에 담보 863억 원과 신용 235억 원을 합친 여신 1098억 원을 지니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하나금융은 올해 3분기에 기업부실로 충당금 적립규모가 늘어나면서 순이익이 줄었다”며 “재무건전지표가 악화된 만큼 올해 4분기에도 부실대출로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