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현대증권의 몸값을 올리기 위해 매각을 연기하도록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을 설득하는 데 성공했다.
현대증권 구조조정을 통해 몸값을 더 올리자는 것인데 그런 현 회장의 바람대로 이뤄질지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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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
산업은행은 27일 예정됐던 현대증권 매각 본입찰을 연기하기로 결정했다.
산업은행은 “내년 1월부터 다시 절차가 추진될 것”이라며 “새로 매수자가 들어올 가능성도 열어놓고 있다”고 말했다.
산업은행의 매각연기 결정은 현대그룹의 본입찰 연기요청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그룹은 지난해 발표한 자구계획안의 85% 수준을 이미 달성해 자금확보에 어느 정도 여유가 생긴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현대증권 인수전에 참여한 후보자들이 현대그룹의 희망 가격보다 낮은 금액을 부를 게 확실하자 현대증권의 몸값을 더욱 올리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현대그룹의 자구안대로라면 현대그룹은 5천억 원 정도의 자금만 더 확보하면 된다.
현대그룹은 매각대상 가운데 현대증권과 반얀트리호텔을 남겨놓고 있다. 현대그룹은 반얀트리호텔을 1635억 원에 인수했고 비슷한 수준에서 매각을 희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그룹은 현대증권 등 금융3사의 매각가격을 7천억 원 정도로 기대하고 있다. 현대그룹은 현대증권 등 금융3사 매각을 전제로 이미 2천억 원을 조달받았다. 이에 따라 현대증권 등 금융3사를 7천억 정도에 매각해야 앞으로 필요한 5천억 원 정도를 확보할 수 있다.
홍기택 산업은행 회장은 국감에서 “현대증권의 가치를 더 높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현대증권 인수 희망자들은 증권업황 시황이 좋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해 5천억 원 이상은 어렵다고 보고 있다.
현대증권 인수전에 참가한 곳은 일본 금융그룹 오릭스와 국내 사모펀드인 파인스트리트, 중국의 푸싱그룹 등 3곳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국내에서 손꼽히는 대형 증권사인 현대증권의 매각인 만큼 현대그룹과 채권단 측에서 국내 대형그룹사가 인수에 참가하기를 바랐지만 막상 인수 희망자들이 모두 사모펀드이기 때문에 흥행실패를 우려한 것이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그룹이 현대증권에 대한 새로운 매수자가 더 들어와 현대증권이 더 좋은 값에 매각될 여건을 기다리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증권은 그동안 구조조정을 통해 몸값을 올리는 작업을 진행해 왔다. 이번에 현대증권 매각을 연기함에 따라 현대증권은 영업지점 통폐합 등 다시 한번 구조조정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장윤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