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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존 필메리디스 SC제일은행 초대행장(왼쪽)과 리차드 힐 전 SC은행장 |
아제이 칸왈 한국스탠다드차티스(SC) 은행장이 6개월 만에 자리에서 물러나게 됐다.
표면적 이유는 동북아시아 지역총괄에 집중하기 위해서라고 하지만 실적부진에 따른 문책성 인사로 관측된다.
후임 행장으로 박종복 부행장이 유력해 SC은행이 한국에 진출한 후 처음으로 한국인 행장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SC은행이 은행장을 교체할 때마다 한국인 행장을 선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안팎으로 나왔다.
SC은행장으로 한국시장에 대한 이해가 깊은 한국인이 선임돼야 경영에도 무리가 없고 금융당국과 의사소통도 원활할 것이라는 것이다. 또 끊이지 않는 SC은행 한국철수설도 잠재울 수 있지 않겠냐는 말도 나왔다.
그러나 지금까지 SC은행은 외국인 행장을 고수해 왔다. 하지만 리처드 힐 전 행장에 이어 칸왈 행장까지 1년 사이에 두 번이나 행장이 바뀌면서 SC은행도 더 이상 외국인 행장을 밀어붙이기에 무리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외국인 행장들의 한국시장 적응이 연달아 실패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 아제이 칸왈 행장, 실적부진에 호화생활 논란
27일 한국SC은행에 따르면 칸왈 행장은 행장에서 물러나 동북아시아 지역 총괄본부 운영에 주력하게 된다. SC은행은 현지화 경영을 강화하기 위해 후임 행장에 한국인을 선임하겠다고 밝혔다.
칸왈 행장은 사실상 실적부진으로 경질된 것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SC은행 실적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SC은행 순이익은 2011년 2466억 원에서 지난해 666억 원으로 감소했다. 올 상반기에 386억 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자기자본이익률(ROE)도 2010년 6.4%에서 지난해 1.2%로 하락했다. 올해 1분기는 -1.2%였다. 지방은행보다 못하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특히 소매금융 부문의 실적부진이 심각하다.
그러나 업계 관계자들은 칸왈 행장 교체 사유는 이것만이 전부가 아니라고 본다. 칸왈 행장이 좋지 않은 실적에도 초호화생활을 해 논란을 자초한 것이 다른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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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제이 칸왈 한국SC은행장 |
한국SC은행 노조는 지난 13일 성명서를 내 칸왈 행장이 회사 돈으로 초호화생활을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칸왈 행장은 부임하자마자 연간 20억 원 상당의 골프 및 피트니스 회원권을 회사로부터 특별승인 형식으로 받아냈다.
또 칸왈 행장은 대기업 총수들이 주로 거주하는 한남동의 1천㎡ 주택에 살고 있다. 이 주택은 보증금만 10억 원에 임대료와 관리비가 연간 2억 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노조는 “개인의 사욕을 채우기 위한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결국 칸왈 행장은 실적부진과 호화생활 논란 속에서 취임 6개월도 채우지 못하고 물러나게 된 것이다.
◆ SC은행 외국인 행장 4명 가운데 3명 경질
SC은행 외국인행장 잔혹사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SC은행은 2005년 존 필메리디스 초대행장을 필두로 데이비드 에드워즈, 리처드 힐, 아제이 칸왈 행장까지 외국인만 행장을 맡았다.
특히 칸왈 행장의 전임자인 리처드 힐 전 행장은 2015년 말까지였던 임기를 2년 가까이 남겨두고 물러났다. SC은행은 본사 순환인사 차원에서 행장이 교체되는 것이라고 밝혔으나 사실상 경질당했다는 것이 정설이다.
리처드 힐 행장은 2009년 SC은행장에 선임돼 2012년 첫 연임에 성공했다. 그러나 지난해 SC은행 실적이 부진한 데다 대규모 고객정보 유출사태가 일어나 힐 행장도 금융당국으로부터 징계를 피할 수 없게 됐다.
리처드 힐 행장은 당초 인도네시아 SC은행장으로 자리를 옮길 예정이었으나 인도네시아 금융당국에서 힐 행장의 징계를 이유로 선임을 거부하면서 본사 태스크포스팀을 맡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초대 행장이던 존 필메리디스 행장도 2007년 연임에 성공했지만 6개월 만에 경질됐다. 필메리디스 행장은 “실적과 사회적 책임, 노사관계에서 리딩뱅크가 되겠다”고 말했지만 실적부진은 물론 매끄럽지 못한 노사관계가 도마에 올랐다.
특히 SC은행 외국인 임직원과 기존 제일은행 직원들 사이의 갈등을 원만하게 봉합하지 못한 것도 한 원인이 됐던 것으로 보인다. SC은행 노조는 회사가 한국의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고 비효율적 경영전략을 강요하는데 반발해 농성을 벌였다.
필메리디스 행장의 뒤를 이어 취임한 데이비드 에드워즈 행장도 잡음에 시달렸다. 에드워즈 행장은 취임 전부터 노조가 외국인 행장 취임에 반대하며 논란이 일었다. 에드워즈 행장은 노조가 파업을 예고한 상황에서 영국으로 휴가를 가는 등 물의를 빚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