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가 도로와 철도 등을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 쓰이는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을 대폭 삭감했다.
대형건설사들은 해외수주 부진과 부동산시장 규제에 노심초사하고 있었는데 인프라사업까지 위축될 공산이 커지면서 일감확보를 위한 걱정이 커지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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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부터) 정수현 현대건설 사장, 임병용 GS건설 사장, 이해욱 대림산업 부회장. |
기획재정부는 29일 ‘2018년도 예산안’을 발표하고 내년에 사회간접자본 분야에 예산 17조7159억 원을 배정하기로 했다.
올해 사회간접자본 분야에 투입되는 예산이 22조1354억 원인 점을 감안할 때 내년 예산은 올해보다 20%가량 줄어드는 것으로 최근 10년을 놓고 봐도 예산의 감소폭이 가장 크다.
기획재정부는 “사회간접자본 분야의 지출을 조정할 필요가 있고 투자를 효율화하기 위해 새로운 건설사업을 최소화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기획재정부는 주요 20개 국가(G20)의 인프라투자 현황을 분석했을 때 한국에 건설된 인프라의 국토면적당 연장 순위가 △고속도로 1위 △국도 2위 △철도 6위라고 파악했다.
이에 따라 새로 건설사업을 진행하는 대신 기존에 건설된 시설의 활용도를 높이고 설계 적정성을 재검토해 과잉설계를 제한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하기로 했다.
내년 예산만 줄어드는 것이 아니다. 기획재정부는 ‘2017~2021년 분야별 재원배분 계획’을 세웠는데 이 계획에 따르면 사회간접자본 분야의 예산은 내년부터 꾸준히 감소해 2021년에는 16조2천억 원이 배정된다.
사회간접자본 예산의 축소는 대형건설사들이 하는 인프라사업을 위축시킬 가능성이 크다.
국내 대형건설사들이 인프라사업에서 얻는 매출은 전체매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지는 않는다.
현대건설은 상반기에 인프라부문에서 모두 1조638억 원의 매출을 냈다. 상반기 전체 매출 8조3475억 원과 비교해 인프라부문의 매출 비중은 12.7%에 불과하다.
대우건설과 GS건설, 대림산업 등 다른 대형건설사들도 상반기에 인프라부문에서 전체 매출의 각각 9.7%, 11.2%, 11.2%를 냈다.
하지만 사업에 따라 공사에 투입되는 원가가 전체 사업비보다 커져 대규모 손실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해외사업과 달리 매 인프라사업은 사업마다 2~5% 안팎의 안정적인 영업이익률을 거둘 수 있어 알짜사업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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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획재정부는 내년에 사회간접자본 분야에 예산 17조7천여 억원을 배정하기로 했다. 올해 예산보다 20% 급감한 것으로 최근 10년 동안 가장 가파른 감소폭을 보이는 것이다. |
대형건설사들은 문재인 정부가 연달아 내놓은 부동산대책에 따라 부동산시장의 투자심리가 약화할 가능성이 유력한 상황에서 인프라투자까지 줄어든다는 발표가 나자 성장을 위한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대형건설사의 한 관계자는 “국내 건설사들은 기본적으로 국내 주택시장과 해외 플랜트시장에 큰 비중을 두고 나머지 사업을 공공분야인 사회간접자본으로 채워왔다”며 “해외수주 부진과 주택경기 둔화 가능성에 사회간접자본 투자까지 줄어들면 당장 외형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인프라사업 축소에 따라 건설사 인력 구조조정이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
대형건설사들은 최근 2~3년 동안 해외 신규수주가 줄어들면서 플랜트사업의 규모가 줄어들자 플랜트부문을 담당했던 인력을 국내 주택사업으로 재배치했다. 인프라사업 덩치까지 줄어들면 남는 인력을 일부 감원할 가능성도 있다는 말이 건설업계에서 나온다.
대형건설사들은 6월 말 기준으로 전체 인력의 10~20%가량을 인프라부문에 배치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