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케미칼이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는 미국 에탄분해시설(ECC)의 성장전망에 먹구름이 끼고 있다.
미국 석유화학기업들이 미국 에탄분해시설을 증설하면서 원료가격도 올라 롯데케미칼이 미국 에탄분해시설의 덕을 보기 어려울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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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수영 롯데그룹 화학BU장. |
롯데케미칼 관계자는 28일 “미국에 짓고 있는 에탄분해시설 공정률이 8월 말 기준으로 40% 정도에 이르렀다”며 “2019년 상반기에 상업가동을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루이지애나에 짓고 있는 에탄분해시설은 셰일가스에서 추출된 에탄을 분해해 에틸렌을 생산할 수 있는 화학공장이다.
롯데케미칼은 미국 에탄분해시설을 짓는 데 미국 석유화학회사인 엑시올과 90대 10 비율로 모두 3조 원 정도의 자금을 쓴다. 이 설비는 셰일가스를 활용해 해마다 에틸렌 100만 톤, 에틸렌글리콜 80만 톤을 생산할 수 있는 규모를 갖추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롯데케미칼이 실제 투자하는 금액은 2조 원대 후반으로 이는 롯데케미칼 사상 최대 투자규모”라며 “이 정도 투자를 진행할 수 있는 것은 일개 계열사 차원이 아닌 그룹차원의 지원과 기대가 깔려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롯데케미칼의 미국 에탄분해시설이 큰 기대를 받고 있는 것과 달리 성장전망을 둘러싼 업계의 시선은 부정적인 편이다.
미국 석유화학회사들이 앞다퉈 에탄분해시설을 증설하면서 롯데케미칼이 에틸렌 공급과잉에 휘말리거나 원료가격 상승으로 수익성에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다우케미칼과 엑손모빌 등 미국 석유화학회사들은 올해 말부터 2019년 정도까지 에탄분해시설을 증설하면서 에틸렌 생산능력을 모두 700만~1천만 톤 정도 늘리겠다는 계획을 세워뒀는데 이 설비는 대부분 셰일가스에서 추출된 에탄을 원료로 쓴다.
박영훈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석유화학회사들이 에탄분해시설을 잇달아 증설하면서 원료인 에탄가격이 앞으로 오를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에탄가격이 오르면 상대적으로 값이 저렴한 원유로 에틸렌을 생산하는 나프타분해시설보다 에탄분해시설의 경쟁력이 떨어질 것”이라고 바라봤다.
에탄가격은 8월 들어 지난해 8월보다 40% 정도 올랐다. 이에 따라 미국 에탄분해시설의 수익성도 고밀도폴리에틸렌(HDPE) 기준으로 2011년 이후 6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글로벌 화학기업 사솔은 미국 에탄가격이 지난해 톤당 150달러에서 2019년 250달러 정도까지 오를 것으로 봤는데 이 경우 미국 에탄분해시설의 영업이익률은 기존 15~20% 정도에서 10% 안팎까지 반토막 날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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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교현 롯데케미칼 사장. |
롯데케미칼이 미국에 짓고 있는 에탄분해시설도 수익성을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에 몰릴 수 있다는 얘기다.
중국과 인도 등을 중심으로 에틸렌 수요가 늘어나면서 롯데케미칼이 미국 에탄분해시설의 수익성 악화를 피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지만 이를 반박하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아시아와 인도를 중심으로 에틸렌 수요가 늘어나면서 에틸렌 공급과잉 우려가 줄어들 수 있는 것은 맞지만 이는 아시아 석유화학기업에만 해당되는 시나리오”라며 “아시아기업이 미국 에탄분해시설에서 에틸렌을 수입할 경우 운송료가 막대하게 드는 데 따라 롯데케미칼의 미국 에탄분해시설이 수혜를 입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케미칼 관계자는 “국제유가가 다시 가파른 반등세를 보일 경우 에탄분해시설의 경쟁력이 부각될 수 있을 것”이라며 “미국의 에탄분해시설을 놓고 업계의 의견이 분분하지만 원료 다각화 측면에서 충분히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지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