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공백에 따른 위기극복 의지를 다짐했다.
삼성그룹은 계열사 자율경영 중심의 비상경영체제를 준비하는 등 리더십 공백 우려를 최소화하는 데 권 부회장의 역할과 책임이 더욱 커지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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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오현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 |
권 부회장은 28일 사내게시판에 올린 글에서 “지금 회사가 처한 대내외 환경은 우리가 충격과 당혹감에 빠져 있기에는 너무나 엄혹하다”면서 “사상 초유의 위기를 헤쳐나가려면 우리가 모두가 한마음으로 힘과 지혜를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금까지 큰 어려움 속에서도 묵묵히 일해온 것처럼 앞으로도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달라”며 “경영진도 비상한 각오로 위기를 극복하는 데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이재용 부회장이 25일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뇌물을 제공한 혐의 등으로 징역 5년을 받은 뒤 삼성그룹의 첫 반응이다. 삼성그룹의 이 부회장의 실형선고에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권 부회장은 2월 이 부회장이 구속 수감된 뒤 삼성전자의 경영을 총괄하고 있고 대내외적으로 삼성그룹을 대표하는 역할까지 맡고 있다.
권 부회장의 메시지는 전문경영인 중심의 비상체제를 통한 위기극복을 강조한 것으로 해석된다.
재계에서는 삼성전자가 권 부회장을 중심으로 전문경영인 비상체제를 계속 가동하면서 그룹 전체를 전반적으로 챙기고 각 계열사 전문경영인의 자율권이 강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삼성그룹은 실제로 이재용 부회장의 부재에도 불구하고 올해 상반기 실적이 좋았다. 삼성전자는 사상 최대 실적을 내놓았으며 계열사들도 실적호조를 보여 전문경영인들이 총수의 공백을 메우고 있다는 말도 나왔다.
그러나 장기적인 측면에서 보면 구심점 역할을 할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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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
그룹의 미래를 대비하는 투자나 선제적 대응을 하려면 ‘사장단협의회’와 같은 새 조직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2년 동안 하만을 비롯해 모두 9건의 인수합병을 추진했지만 올해는 단 한 건도 없었다.
SK그룹은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구속수감되자 주요 계열사의 현안을 총괄하는 ‘수펙스추구협의회’를 조직해 총수공백을 최소화했고 CJ그룹과 한화그룹도 ‘비상경영위원회’로 경영공백을 메웠다.
삼성그룹도 2008년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퇴진할 당시 사장단회의를 사장단협의회로 격상해 집단경영체제를 가동한 경험이 있다. 사장단협의회는 이 회장이 복귀할 때까지 1년8개월 동안 운영됐다.
다만 삼성그룹이 새로운 컨트롤타워를 만들 경우 미래전략실을 해체한 뒤 비슷한 조직을 만든다는 비판이 나올 수 있는 점은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재계관계자는 “삼성그룹의 현 상황은 개인비리 혐의로 총수만 사법처리를 당한 SK그룹과 CJ그룹, 한화그룹과는 많이 다르다”며 “2008~2010년 비상경영 사례를 참고해 사장단협의회를 가동하는 것이 쉽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