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의 지주사체제 전환이 무난하게 이뤄질 것으로 전망되면서 신동빈 회장도 지배력을 한층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신 회장이 받고 있는 2건의 재판 가운데 하나라도 유죄판결을 받을 경우 한일 롯데그룹의 지배력이 흔들리는 만큼 롯데그룹은 재판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28일 재계에 따르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심에서 징역 5년의 실형을 선고받으면서 이 부회장과 마찬가지로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 측에 뇌물을 준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신동빈 회장의 재판결과도 주목된다.

롯데그룹은 29일 롯데제과, 롯데쇼핑, 롯데칠성음료, 롯데푸드의 임시 주주총회를 열어 4개사의 분할합병안을 의결한다.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과 소액주주 일부가 롯데쇼핑을 이번 분할합병에서 제외할 것을 제안했으나 국민연금이 롯데그룹을 지지하면서 4개사 주총에서 분할합병안이 모두 무난하게 통과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10월 신동빈 회장이 최대주주가 되는 롯데지주가 출범할 것으로 보인다. 롯데지주는 롯데제과, 롯데쇼핑, 롯데칠성음료, 롯데푸드의 사업회사를 거느리게 된다.

그러나 여전히 재판이라는 변수가 남아있다. 신동빈 회장은 박근혜 게이트 관련 뇌물혐의와 롯데그룹 경영비리 등 각각 다른 2건의 재판을 받고 있다. 두 재판 모두 1심 결과가 10월경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신동빈 회장이 둘 가운데 하나에서라도 유죄판결을 받을 경우 일본 롯데홀딩스 대표이사에서 곧바로 물러나거나 이사회를 통해 해임되는 수순을 밟게 될 가능성이 높다.

일본에서 보통 이런 기업문화가 자리 잡은 데다 신동빈 회장이 롯데홀딩스 지분을 1.4%밖에 보유하고 있지 않아 기반도 취약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신동빈 회장의 롯데그룹 지배력도 크게 약화한다. 롯데홀딩스는 호텔롯데 지분을 19%가량 보유하고 있는데 호텔롯데는 지주사체제 밖에 있는 롯데그룹 주요 계열사 지분을 다수 들고 있다.

호텔롯데는 롯데물산 31.1%, 롯데케미칼 12.7%, 롯데손해보험 23.7%, 롯데알미늄 25.0% 등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 가운데 롯데물산은 롯데케미칼 지분 31.3%를 소유하고 있다.

신동주 전 부회장 측은 신동빈 회장이 이번 분할합병에 롯데쇼핑을 포함한 이유를 놓고 유죄판결을 받을 때를 대비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SDJ코퍼레이션 관계자는 “신동빈 회장이 중국사업 등으로 불확실성이 높은 롯데쇼핑을 무리하게 포함한 이유는 롯데홀딩스 지배 아래에 놓인 기업은 잃더라도 롯데지주에 포함된 4곳의 지배력만큼은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쇼핑은 자체적으로 그룹의 주력사업인 백화점과 대형마트사업을 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코리아세븐(편의점), 롯데하이마트, 우리홈쇼핑(롯데홈쇼핑)의 최대주주다.

이밖에도 롯데쇼핑은 대홍기획 34%, 롯데닷컴 50%, 롯데카드 94%, 롯데캐피탈 22%, 롯데리아 39%, 에프알엘코리아 49%, 롯데자산개발 39% 등의 지분을 보유해 주요 계열사의 최대주주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롯데쇼핑을 제외할 경우 신 회장이 롯데지주를 통해 지배하는 롯데그룹의 규모가 크게 줄어드는 셈이다.

신동빈 회장의 유죄판결 가능성을 놓고 법조계에서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있다.

뇌물혐의의 경우 이재용 부회장이 미르와 K스포츠 출연을 놓고 무죄판결을 받았지만 신동빈 회장의 경우 상황이 다르다는 관측도 나온다.

롯데그룹은 삼성그룹이 전국경제인연합회로부터 할당받아 출연한 것과 달리 면세점문제의 해결을 바라고 70억 원을 추가로 지원했다는 것이다.

롯데그룹 경영비리 재판을 놓고도 의견이 엇갈린다. 다만 배임을 놓고는 법원의 판단이 까다로워지는 추세라는 점은 신 회장에게 유리하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재판이 진행 중인 만큼 남은 재판에 성실히 임하고 재판과정에서 의혹이 소명될 수 있도록 협조하겠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