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진 전 네이버 이사회 의장은 왜 총수(동일인) 지정을 피하려는 것일까?
이 전 의장과 네이버는 네이버의 해외진출에 총수 지정이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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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해진 전 네이버 이사회 의장. |
네이버 관계자는 23일 “공정거래위원회가 이해진 전 의장을 네이버의 총수로 지정하면 이른바 ‘코리아 디스카운트’에 휘말릴 우려가 있다”며 “해외진출에 여러모로 제약이 따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 전 의장이 22일 장 마감 이후에 네이버 지분 0.33%를 매각하면서 보유지분은 4.64%에서 4.31%로 감소했다.
이를 놓고 네이버를 ‘총수 없는 기업’으로 지정받으려고 시장과 정부에 신호를 보낸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이 전 의장은 네이버가 KT나 포스코처럼 ‘총수 없는 대기업’에 지정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전 의장과 네이버 고위 임원들은 14일 공정거래위원회를 방문해 네이버의 동일인을 이 전 의장이 아닌 ‘네이버법인’으로 지정해줄 것으로 요청했다.
이 전 의장이 이번 지분 매각을 통해 공정거래위원회와 시장에 네이버에 영향력이 없고 언제든지 떠날 수 있는 사람이라는 점을 보여줬다고 업계는 바라본다.
이 전 의장이 네이버 총수 지정을 피하려는 이유를 놓고 네이버는 ‘해외진출’을 이유로 든다.
총수로 지정되면 네이버에 국내 재벌의 이미지가 덧씌워져 해외진출에 여러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전 의장은 최근 유럽을 두루 다니며 프랑스에 현지법인을 설립하는 등 해외진출에 공을 들이고 있다.
네이버의 주장을 놓고 업계의 의견은 분분하다.
재벌의 이미지뿐만 아니라 ‘한국기업’이라는 이미지 자체가 네이버의 해외진출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시선도 존재한다.
인터넷서비스도 일종의 문화콘텐츠라서 현지 국가에서 국적논란이 벌어지면 이용자를 확보하는데 큰 어려움을 겪기 때문이다. 각국 정부가 외국기업이라고 인식하게 되면 ‘보호주의’를 가동해 자국 경쟁업체를 밀어줄 가능성도 높다. 중국이 대표적이다.
네이버의 전신인 NHN시절부터 네이버재팬을 설립하는 등 해외진출을 계속 모색했지만 고전했다. 네이버 서비스가 국적논란에 휘말린 것도 이유로 꼽힌다.
라인이 일본에서 성공했을 때도 라인이 자리 잡기까지 국적을 잘 숨겼기 때문이라는 말도 나왔다. 라인이 자리를 잡자 네이버의 존재가 알려졌고 일본 네티즌들을 중심으로 라인은 한국기업 제품이니 쓰면 안 된다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
이 전 의장은 지난해 닛케이비즈니스온라인과 인터뷰에서도 국적논란을 회피하는데 주력했다.
이 전 의장은 “라인은 일본 도쿄에 본사가 있고 의사결정 체제를 봐도 이사회 구성원의 과반수가 일본인”이라며 “네이버가 라인 주식의 약 83%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라인을 한국기업이라고 말하는 이들이 있으나 일본의 법률에 따라 관리되고 운영되고 세금도 일본에 납부하고 있기 때문에 라인은 일본기업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기업의 국적을 따지는 것은 어울리지 않는다”며 “국적을 묻는 것에는 건강하고 생산적인 사고방식이 아니라 뭔가 불필요한 이슈를 만들려는 의도가 있는 것 아닐까”라고 덧붙였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승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