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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
한국항공우주산업 주가가 방산비리 수사의 여파로 약세를 면하지 못하고 있다.
한국항공우주산업 주가는 장기적으로 약세를 보일 가능성이 높은데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에게는 오히려 인수의 기회가 될 수 있다.
김 회장은 방산사업의 덩치를 키우려는 의지를 강하게 보이는데 한국항공우주산업의 가치가 낮아질수록 인수의 부담을 덜 수 있다.
◆ 한국항공우주산업 주가 약세, 한화그룹에 기회
13일 방산업계에 따르면 검찰의 한국항공우주산업 수사가 한화그룹에는 오히려 호재가 될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
서울중앙지검 방위산업수사부(박찬호 부장검사)가 한국항공우주산업 사천본사와 서울사무소를 압수수색하며 방산비리 수사에 나선지 4주 째에 접어들고 있다.
검찰은 한국항공우주산업이 한국형기동헬기 수리온을 개발하며 원가를 부풀려 받은 의혹뿐 아니라 전·현직 임원의 경영비리 등도 살펴보고 있다.
최근에는 한국항공우주산업이 수천억 원대에 이르는 분식회계를 한 정황도 포착했다.
한국항공우주산업 주가는 몸살을 앓고 있다.
주가는 11일 3만8650원에 장을 마감했다. 방산비리 수사가 시작되기 직전인 7월13일만 해도 6만1천 원을 유지하고 있었는데 한 달도 안돼 주가가 35% 넘게 빠졌다
이 기간에 증발한 시가총액만 모두 3조 원에 가깝다. 코스피 시가총액 순위에서도 50위권에서 7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한국항공우주산업 기업가치가 떨어어지면서 한화그룹이 한국항공우주산업을 인수할 기회로 삼기에 편해졌다는 말이 재계에서 나온다.
한화그룹은 그룹에서 방산계열사의 중간지주사 역할을 하는 한화테크윈을 통해 한국항공우주산업 지분 6%를 들고 있다.
수출입은행이 한국항공우주산업 지분 26.41%를 보유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한화테크윈은 지분을 11%가량만 더 매입하면 한국항공우주산업의 최대주주에 오를 수 있다.
방산비리 수사가 진행되기 전만 하더라도 한화테크윈은 경영권 프리미엄을 고려해 약 7천억 원가량을 투자해야 한국항공우주산업의 최대주주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한국항공우주산업 주가가 약세를 보이면서 한화테크윈이 최대 5천억 원 안팎에 한국항공우주산업을 인수할 수 있게 됐다.
◆ 김승연, 한화테크윈 자회사를 한국항공우주산업 인수에 활용할까
김승연 회장은 한화그룹을 미국 방산기업인 록히드마틴과 같은 종합방산기업으로 키우겠다는 의지를 그동안 수차례나 보였다.
한화그룹이 2015년에 삼성그룹으로부터 삼성테크윈(현 한화테크윈)과 삼성탈레스(현 한화시스템)를 사들인 것도 방산사업을 키우기 위한 김 회장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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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항공우주산업 본사. |
김 회장이 방산사업을 더 키우기 위해 한국항공우주산업을 사들일 수 있다는 말은 그동안 재계에서 꾸준히 나왔다.
한국항공우주산업을 인수하게 되면 한화테크윈이 담당하고 있는 항공기엔진사업과 큰 시너지를 낼 수 있을뿐 아니라 육상과 공중으로 방산사업을 크게 확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두산그룹과 현대자동차가 보유하고 있던 한국항공우주산업 지분을 모두 처분했지만 한화테크윈만 민간기업 가운데 홀로 한국항공우주산업 지분을 들고 있는 점도 한국항공우주산업 인수를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됐다.
김 회장이 최근 기업을 쪼개 설립한 한화테크윈의 자회사들을 활용해 한국항공우주산업 인수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한화테크윈은 7월1일자로 지상방산과 에너지장비, 산업용장비사업을 모두 100% 자회사로 분할했다.
한화테크윈은 각 사업부의 경쟁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물적분할을 실시했다고 밝혔지만 향후 방산기업 인수전에 뛰어들기 위해 선제적인 지배구조개편을 추진했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이재원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한화테크윈이 비주력사업을 정리하는 측면에서 한화파워시스템과 한화정밀기계의 매각을 진행할 가능성이 있다”며 “이 사업부들이 오랜 기간 실적부진을 겪고 있고 엔진과 방산 등 주력사업과 낼 수 있는 시너지도 적어 사업을 지속해야 하는지를 놓고 고민이 커질 수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라고 파악했다.
물론 감 회장이 현시점에 한국항공우주산업 인수를 추진하기 힘들 수 있다는 시각도 자리잡고 있다.
방산비리 의혹으로 얼룩진 한국항공우주산업을 현시점에 사들이는 것이 외부에서 보기에 좋지 않은 시선을 받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현실적 측면을 고려하면 한국항공우주산업 최대주주인 수출입은행의 매각의사부터 확인해야 한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