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의료기기사업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육성할 수 있을까.
이 부회장은 세계 의료기기 시장의 선두주자인 지멘스의 회장을 만났다. 지멘스는 과거 전기전자사업을 주력으로 했지만 의료기기사업에서 눈부신 성공을 거뒀기 때문에 이 부회장이 주목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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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
이재용 부회장은 20일 한국을 방문한 조 케저 지멘스 회장과 만찬을 함께 했다. 이 자리에서 두 사람은 삼성과 지멘스의 사업협력 방안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두 사람은 에너지분야 협력방안과 의료기기 등 헬스케어사업에 대해 의견을 교환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눈길을 끌고 있는 것은 의료기기사업이다. 삼성그룹은 5대 신수종사업 가운데 하나로 의료기기를 선정하고 이 사업을 육성하고 있다. 삼성그룹의 새로운 미래 먹거리를 키워내는 것이 이재용 부회장의 과제인 만큼 이 부회장이 관심을 쏟지 않을 수 없는 분야다.
삼성전자는 2011년 초음파 진단장비 제조사인 메디슨을 인수하고 지난해 이동형 CT 제조사인 뉴로로지카를 인수했다. 또 올해 6월 MRI 허가 신청을 내는 등 주요 의료기기 연구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의료기기 시장은 연평균 7% 이상 성장하고 있으며 지난해 전 세계 의료기기 시장 규모는 3천억 달러로 반도체 시장규모와 맞먹는다. 삼성그룹이 의료기기사업을 주목한 이유다.
이 시장에서 가장 두드러진 기업 가운데 하나가 지멘스다.
지멘스는 GE, 필립스와 함께 세계 의료기기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지멘스 헬스케어 부문은 지난해 지멘스그룹 전체 매출 735억 유로 가운데 18%인 136억 유로의 매출을 올렸다. 지멘스가 세계 의료영상기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6%나 된다.
이들 기업의 특징은 전기전자기사업에서 의료기기 사업을 키워냈다는 것이다. 삼성그룹이 지멘스를 벤치마킹할 이유가 있는 셈이다. 허만 레카르트 지멘스헬스케어 총괄회장은 지난해 “삼성그룹은 전기전자와 반도체에 강점이 있어 몇 년내 의료기기 제품을 들고 나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삼성그룹이 의료기기를 개발한다 해도 이미 시장을 점유하고 있는 선도업체들의 진입장벽에 막혀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많다.
이 때문에 삼성그룹은 이들과 경쟁보다 협력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김영우 HMC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이 지멘스와 특허동맹을 맺고 전략적 제휴를 체결하면 소송 리스크를 줄이고 시장진입을 수월하게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둘의 만남에서 케저 회장은 아시아지역에서 지멘스가 에너지솔루션사업을 하기 위해 삼성그룹의 협력을 요청한 것으로 보인다. 지멘스는 지난해 10월 에너지솔루션사업 아시아태평양 지역본부를 한국에 설립하고 아시아지역 에너지솔루션사업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삼성물산은 현재 지멘스와 함께 캐나다 온타리오에서 600메가와트급 풍력발전단지를 건설하고 있으며 싱가포르에서도 760메가와트급 복합열병합화력발전소를 건설하고 있다.
이 밖에도 지멘스가 한국 건설회사와 함께 발전소를 건설하고 있는 곳은 전 세계 30여 곳에 이른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