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형 원유운반선(VLCC) 운임이 가파른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해외선주들이 운임하락에 따른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선박발주를 미룰 가능성도 있다.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은 상반기에 초대형 원유운반선 수주로 일감을 확보할 수 있었으나 앞으로 수주전망이 어두워질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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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부터) 권오갑 현대중공업 부회장,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사장, 박대영 삼성중공업 사장. |
9일 영국의 해운전문매체 로이드리스트에 따르면 4일 기준으로 초대형 원유운반선 운임이 직전 주와 비교해 36.4% 급락했다.
로이드리스트는 초대형 원유운반선 운임이 최근 3년 동안 최저치를 보인 것으로 파악했다.
정유·해운업계에 따르면 통상적으로 8월에 초대형 원유운반선 운임은 계절적 요인에 따라 하락하는 현상을 보인다. 산유국이 밀집돼있는 중동에서 자체적인 원유수요가 늘어나 수출물량을 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에 초대형 원유운반선 운임이 30% 넘게 하락한 것은 이례적이다. 특히 원유수요가 견조한 흐름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운임이 떨어진 것이라 해외선주들이 민감한 반응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조선·해운 전문매체 트레이드윈즈는 “초대형 원유운반선 운임이 하루 1만 달러 이하로 떨어진 것은 3년 만에 처음”이라며 “초대형 원유운반선을 소유한 선주들의 손실이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노아 파르켓 JP모건 연구원도 “현재 시점에서 초대형 원유운반선의 운임은 선주들이 손익분기점을 맞추기 힘든 수준에 근접하고 있다”고 파악했다.
운임하락에 따라 유조선을 보유한 선주들이 선박발주를 잠시 보류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초대형 원유운반선의 공급과잉 현상이 해소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운임이 급격하게 하락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기 때문이다.
영국의 조선해운 분석기관 클락슨에 따르면 올해 이미 전 세계적으로 35척의 초대형 원유운반선이 선주들에게 인도됐다. 12월 말까지 16척의 선박이 더 인도될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에도 51척이 새로 취항할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건조된 지 15년 이상 된 노후화한 초대형 원유운반선이 폐선된 물량은 올해 단 2척에 불과하다. 2015년부터 현재까지 시점을 넓혀도 초대형 원유운반선 폐선량은 모두 6척이다.
해외선주들이 운임가격이 반등하는 조짐을 보일 때까지 초대형 원유운반선 발주를 미룰 경우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조선3사가 수주기회를 얻는 데 고전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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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 |
조선3사는 지난해 극심한 수주가뭄을 겪었으나 올해 초대형 원유운반선 수주로 일부 숨통을 틔웠다.
삼성중공업은 상반기에 초대형 원유운반선을 모두 8척 수주해 6억7천만 달러를 확보했고 현대중공업과 현대삼호중공업도 올해 모두 14척의 초대형 원유운반선을 수주했다.
대우조선해양도 7월에 오랜 고객기업인 그리스 안젤리쿠시스그룹으로부터 초대형 원유운반선 4척을 수주했다.
해외선주가 초대형 원유운반선의 발주를 미루면 조선3사가 하반기에 수주기회를 얻기 쉽지 않을 수 있다.
또 해외선주들이 장기적 계획에 따라 발주를 진행하더라도 초대형 원유운반선의 운임하락을 명분으로 선박가격을 깎으려 들 수도 있다.
초대형 원유운반선 1척의 가격은 6월 기준으로 8100만 달러에 형성돼있다. 이는 초호황기인 2008년과 비교해 배 가격이 절반 수준으로 낮아진 것이다.
조선3사가 일감을 확보하는 차원에서 싼 가격에 무리하게 선박을 수주한 것이 아니냐는 말이 조선업계 안팎에서 나도는 상황에서 운임하락을 이유로 해외선주들이 선박가격의 인하를 요구할 경우 조선3사가 수주를 따내는 데 성공하더라도 이익을 보기 어려워진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