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뱅크가 돌풍을 일으키면서 문재인 정부와 여당이 인터넷전문은행 규제완화를 전향적으로 검토해 볼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뱅크가 출범 초기 흥행몰이에 성공하고 있지만 ‘은산분리’ 원칙이 완화되지 않을 경우 성장한계에 부딪힐 수 있다.
|
|
|
▲ (왼쪽부터) 이용우 카카오뱅크 공동대표와 윤호영 카카오뱅크 공동대표. |
은산분리 원칙이란 은행의 사금고화를 막기 위해 산업자본이 은행을 소유하는 것을 막는 규제를 말한다. 현행 은행법상 산업자본은 은행지분을 최대 10%까지만 소유할 수 있고 의결권이 있는 주식은 4%까지만 보유할 수 있다.
카카오뱅크는 카카오가 설립을 주도했지만 은행법으로 카카오는 10%의 지분만 들고 있다. 대주주는 58%의 지분을 보유한 한국투자금융지주다.
카카오가 카카오뱅크의 지분을 더 늘릴 수 없을 경우 자본확충 문제가 야기될 수밖에 없다.
카카오뱅크와 같은 인터넷은행도 일반 은행과 마찬가지로 국제결제은행(BIS)의 자기자본비율 8% 이상을 유지해야 한다. 카카오뱅크의 대출이 늘어날수록 BIS비율을 맞추기 위해 자본확충을 해야 하는데 카카오가 증자를 할 경우 지분이 늘어나기 때문에 현행 은산분리 원칙을 어기게 된다.
4월에 영업을 시작한 인터넷은행 케이뱅크는 대출상품인 ‘직장인K신용대출’의 판매가 급증하자 BIS비율을 맞추기 위해 6월부터 판매를 잠정 중단했다. 카카오뱅크의 자본금은 케이뱅크보다 500억 원 많은 3천억 원이지만 케이뱅크보다 대출증가 속도가 빨라 자본확충 부담은 더욱 크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카카오뱅크는 대출증가 속도가 예금증가 속도보다 빨라지면 최대주주인 한국투자금융지주가 유동성을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며 “그러나 카카오가 자본확충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이런 조치는 임시방편에 불과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국회에는 인터넷은행에 한해서 산업자본 의결권 지분을 50%까지로 늘리는 ‘은행법 개정안’과 34%까지 허용하되 5년마다 재심사를 받는 ‘인터넷전문은행특례법’이 계류돼 있다.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아직까지 은산분리 완화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19대 국회에서 당론으로 은산분리 완화를 반대했고 20대 국회 들어서도 여전히 반대의견이 우세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재인 정부도 100대 국정과제에서 은산분리를 통한 인터넷은행 육성은 배제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7월27일 카카오뱅크 출범식에 참석해 “인터넷전문은행 등 새로운 플레이어가 창의적인 금융서비스를 내놓을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지만 인터넷은행업계의 염원인 은산분리 문제는 한 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다.
그러나 카카오뱅크 돌풍으로 정부와 여당의 분위기가 바뀔 수도 있다.
|
|
|
▲ 최종구 금융위원장. |
카카오뱅크와 같은 인터넷은행은 중금리 대출을 통해 서민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는 새 정부의 정책방향과 통하는 면이 있다.
정부는 서민 금융지원을 위해 10%대 중금리 사잇돌대출의 공급규모를 늘린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도 지난해 말 문재인 캠프에 몸담고 있을 당시 국회 정책토론회에서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을 제정하되 2년의 유예기간을 둬야 한다”며 특례법 통과에 조건부로 찬성하기도 했다.
유의동 바른정당 의원이 지난해 발간한 정책자료집 ‘경쟁력 있는 한국형 인터넷전문은행 도입방안’에 따르면 인터넷전문은행이 출범해 8%대의 중금리 대출상품을 공급할 경우 서민들의 금융부담은 2조 원가량 줄어들 것으로 전망됐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정부가 은산분리 원칙을 그대로 유지하더라도 인터넷전문은행에 한해 조건부로 규제를 완화하는 것은 고려해볼만 하다”며 “지방은행에 은산분리를 완화했듯이 인터넷은행도 어느 정도 성장할 때까지 규제를 풀어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