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쇼핑의 자금줄 역할을 해온 백화점부문이 흔들리고 있다.
롯데쇼핑이 2분기에 어닝쇼크 수준의 실적을 낸 이유로 중국의 사드보복뿐만이 아니라 국내 백화점사업의 부진도 꼽힌다.
국내 백화점사업은 현금창출원 노릇을 하며 롯데쇼핑의 해외투자를 뒷받침했는데 최근 몇년 사이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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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희태 롯데쇼핑 사장. |
31일 롯데쇼핑에 따르면 2분기 롯데쇼핑 국내 백화점사업 영업이익이 지난해 2분기와 비교해 절반 수준으로 급감했다.
2분기 국내 백화점사업의 영업이익은 610억 원으로 지난해 2분기의 1110억 원보다 45%가량 급감했다. 같은 기간 매출은 5.3% 줄어드는 데 그쳤으나 영업이익 감소폭이 매우 커 수익성이 악화했다.
롯데쇼핑의 국내 백화점사업은 40%를 넘는 높은 내수시장 점유율에서 나오는 탄탄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롯데쇼핑의 재원역할을 해왔다.
롯데쇼핑은 그동안 국내 백화점에서 번 돈을 대형마트를 비롯해 해외사업에 투자해왔다. 백화점사업의 수익성이 나빠질 경우 롯데쇼핑의 공격적인 유통사업 확대에도 차질을 빚을 수 있다.
롯데쇼핑은 전국에 백화점 30개점, 아울렛 19개점, 할인점 118개점, 슈퍼마켓 430개점, H&B스토어 78개점, 영화관 86개관을 보유하고 있다.
백화점은 점포 수는 많지 않지만 롯데쇼핑 전체 영업이익 절반이 국내 백화점에서 나온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롯데쇼핑에서 백화점사업이 차지하는 매출비중은 28.6%에 그치지만 영업이익 비중은 50.7%에 이르렀다. 중국과 베트남 등 해외에서 백화점사업이 아직 적자를 내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국내 백화점이 차지하는 영업이익 비중은 더 높아진다.
특히 최근 몇년 사이 할인점사업(롯데마트)의 국내외 부진이 심각해지면서 백화점사업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졌다.
그러나 백화점부문의 수익성은 점차 악화하고 있다.
2분기에 롯데쇼핑 전체 영업이익에서 백화점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46%가량으로 지난해 2분기 53%에서 7%포인트나 하락했다.
더욱 큰 문제는 백화점사업의 성장성이 앞으로도 밝지 않다는 점이다.
손윤경 SK증권 연구원은 “경기회복이 지속되더라도 백화점 업황의 가파른 회복은 쉽지 않을 것”이라며 “미국과 일본은 경기침체기에 백화점의 구조조정이 일어나고 살아남은 곳들의 실적이 가파르게 회복됐던 것과 달리 우리나라의 경우 2000년대 백화점 3사 중심의 과점화가 형성된 뒤 이렇다 할 구조조정이 없었다”고 파악했다.
그는 “우리나라에서 백화점들의 실적이 가파르게 개선되려면 백화점 업황에 대한 수요 자체가 확대돼야 한다”며 “그러나 합리적 소비가 확대되면서 백화점 업황의 수요 증가율 둔화 혹은 수요 감소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백화점 업황의 가파른 회복을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바라봤다.
국내 백화점들의 매출규모는 2012년 이후 5년 연속 29조 원대에 머물며 30조 원의 벽을 넘지 못하고 있다. 롯데백화점을 비롯해 대부분 백화점들의 출점에도 제동이 걸렸다.
백화점의 경우 도시규모가 최소 인구 50만 명 이상이 돼야 출점할 수 있는데 국내에서는 이런 조건을 갖춘 지역이 거의 남아있지 않다.
출점경쟁이 막히면서 점포당 매출을 끌어올리기 위한 할인경쟁이 치열해지는 점 역시 백화점들의 수익성을 악화하게 만들 것으로 전망된다.
유통업계의 한 전문가는 “백화점은 여러 유통채널 중에서도 가장 트렌드에 둔감하면서 오프라인 매장을 중심에 둔 가장 보수적인 채널”이라며 “롯데백화점의 경우 1979년 1호점을 개장한 이래 수십년 동안 국내 1위 지위를 유지해왔다는 점이 신세계백화점이나 현대백화점보다 보수적인 전략을 취하게 만든 것 같다”고 말했다.
롯데백화점 본점은 2015년 수도권에서 가장 큰 백화점이라는 타이틀을 빼앗겼다. 영업면적 크기를 증축해 재개장한 신세계백화점 강남점과 현대백화점 판교점에 밀린 것이다.
롯데백화점은 본점 증축계획을 세워 정부 인허가를 앞두고 있지만 복잡한 행정절차 때문에 착공시기가 불투명하다.
롯데백화점은 최근 식품관을 본격적으로 확대하고 있는데 현대백화점과 신세계백화점은 순차적으로 리뉴얼을 거쳐 이미 유명 맛집을 여럿 유치하는 데 성공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