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엔지니어링이 4년 만에 시공능력평가 순위에서 약진했다.
박중흠 사장이 추진해온 경영정상화 노력의 성과라고 할 수 있지만 삼성그룹의 지원을 받은 덕분이기도 하다.
하지만 삼성엔지니어링이 해외에서 수주를 여전히 회복하고 있지 못하는 점은 박 사장에게 여전히 무거운 짐으로 작용하고 있다.
◆ 삼성엔지니어링, 시공능력평가 약진
28일 국토교통부와 대한건설협회에 따르면 삼성엔지니어링이 2017년 시공능력평가에서 14위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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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중흠 삼성엔지니어링 사장. |
삼성엔지니어링의 시공능력평가 순위는 지난해보다 27계단 상승한 것으로 올해 시공능력평가에서 30위 안에 포함된 건설사 가운데 순위가 가장 많이 올랐다.
삼성엔지니어링은 2013년만 해도 시공능력평가 11위를 했으나 해외에서 대규모 손실을 내며 경영이 악화하자 2014년 순위가 29위로 밀려난 데 이어 지난해 41위까지 떨어졌다.
박중흠 사장이 2013년 삼성엔지니어링의 구원투수로 영입된 뒤 강도높은 구조조정을 실시한 결과가 서서히 나오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박 사장이 삼성엔지니어링 대표이사에 선임된 2013년 9월만 해도 삼성엔지니어링 임직원 수는 모두 7229명이었다. 박 사장은 이후 인건비 절감을 위해 희망퇴직을 실시해 올해 1분기 말 기준으로 임직원 수를 4971명까지 줄였다. 약 3년 반 만에 인력이 31.2% 줄었다.
박 사장은 삼성엔지니어링이 2015년에 1조4543억 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완전자본잠식상태에 빠지자 2016년 초에 1조2650억 원이 넘는 유상증자를 추진해 삼성엔지니어링을 경영위기에서 가까스로 건져내기도 했다.
박 사장은 저유가에 따라 중동에서 발주가 줄어든 탓에 해외 신규수주 확보에 차질이 빚어지자 삼성그룹으로부터 도움도 받았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지난해 새로운 일감으로 모두 4조9952억 원을 확보했다. 하지만 주력사업인 화공플랜트부문의 신규수주 비중은 2015년 46%에서 지난해 13.8%까지 줄었다.
박 사장은 주력사업의 공백을 삼성그룹 계열사 물량으로 채웠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지난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바이오플랜트와 삼성디스플레이 공장의 마감공사 등으로 모두 3조 원이 넘는 일감을 확보했다.
삼성그룹 계열사 물량은 시공속도가 빠르고 수익성도 좋아 삼성엔지니어링의 실적을 빠르게 개선하는데 크게 기여한 것으로 파악된다.
◆ 박중흠, 독자생존력 입증해야
그러나 삼성엔지니어링을 둘러싼 대내외적인 경영환경은 여전히 불안하다.
무엇보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주력사업인 화공플랜트부문의 신규수주에 고전하고 있다. 주력사업의 수주가 부진한 탓에 삼성엔지니어링이 보유한 수주잔고는 지난해 1분기 말 12조8712억 원에서 올해 1분기 말 6조9350억 원으로 50% 가까이 줄었다.
삼성엔지니어링이 지난해 매출 7조94억 원을 냈던 것을 감안할 때 1년 치가 채 되지 않는 일감밖에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더욱이 삼성엔지니어링은 지난해처럼 삼성그룹으로부터 지원을 받기도 힘들어지고 있다.
삼성그룹은 그동안 그룹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했던 미래전략실을 통해 건설부문 계열사인 삼성물산과 삼성엔지니어링에 그룹 계열사의 신규공장 공사나 증설공사 물량을 배분해왔다.
하지만 미래전략실이 해체되면서 삼성엔지니어링은 독자적으로 생존력을 입증해야 하는 과제를 더욱 무겁게 안고 있다.
박 사장은 하반기에 중동에서 일부 프로젝트를 수주해 성장성이 둔화할 수 있다는 시장의 의구심을 잠재우는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엔지니어링은 현재 오만에서 진행되고 있는 두쿰 정유공장 프로젝트의 수주를 앞두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삼성엔지니어링은 3개 패키지로 나뉘어 발주되는 이 프로젝트의 2번 패키지(25억 달러)를 9월경에 수주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