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이 문재인 대통령과 만남에서 법인세 인상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을까?
문 대통령은 초대기업과 초고소득자로 상을 한정한 증세 방침을 밝혔는데 공교롭게도 이번 간담회 대상 기업은 대부분 초대기업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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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 대통령. |
27~28일로 예정된 문 대통령과 기업인들의 만남이 임박하면서 이자리에서 어떤 말이 오고갈지 예측이 무성하다.
특히 최근 가장 뜨거운 이슈인 증세 문제가 반드시 언급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증세가 이뤄질 경우 간담회에 참석하는 기업들이 대부분의 추가 세부담을 짊어지게 되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21일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증세 대상은 초고소득층과 초대기업에 한정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여당의 법인세 인상안은 과세표준 2천억 원 초과기업의 법인세율을 현행 22%에서 25%로 3%포인트 올리는 것이다. 지난해 기준 116개 기업이 대상으로 정부는 약 2조7천억 원의 법인세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추산했다.
문제는 초대기업을 대상으로 한 증세 부담의 집중이다. 실제로 이번 간담회에 참석하는 대기업집단 소속 회사 50곳이 지난해 세전이익 2천억 원을 넘어 증세 대상의 절반을 차지했다.
이들이 주로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SK하이닉스, 현대모비스, 기아자동차, 포스코 등 세전이익 규모가 큰 기업들을 거느리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이들의 법인세 부담은 더 크다. 일각에서 표적증세 논란이 제기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4조7251억 원의 세전이익을 올려 3조1453억 원의 법인세를 냈다. 하지만 25% 세율을 단순 적용하면 3조6812억 원의 세금을 내야 한다. 세액공제 등을 적용받으면 이보다 적은 법인세를 부과받을 수 있으나 세액공제 축소 움직임 등을 고려할 때 4천억~5천억 원의 세부담이 늘어나는 것으로 추산할 수 있다.
현대자동차의 경우 약 1500억 원 안팎, SK하이닉스와 현대모비스, 기아자동차, 포스코 등은 500억~1천억 원의 세금을 더 내게 될 것으로 보인다. 10대 기업이 법인세 추가 세수의 90%를 감당해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최근 정부는 일자리위원회, 공정거래위원회 등을 통해 재계와 여러 차례 만났다. 이런 과정에서 기업들을 향한 일자리창출과 상생협력 등의 압력도 높아졌다. 재계는 여기에 증세까지 더하는 건 기업의 부담을 지나치게 늘리는 것이라고 불만을 품고 있다.
이 때문에 문 대통령과 간담회에서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할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문 대통령이 허심탄회하게 자유로운 토론을 요구한 만큼 목소리를 내기가 비교적 수월하고 대기업 위주의 간담회에서 증세 당사자들이 모인 만큼 솔직하게 의견을 말할 여건이 될 것으로 여겨진다.
이번 간담회 대상 중 증세와 무관한 기업도 없지 않다. 일자리 창출 및 상생협력 우수사례로 꼽혀 간담회 대상에 포함된 오뚜기다.
오뚜기는 지난해 1834억 원의 세전이익을 거뒀다. 과세표준 200억 원을 넘어 현행 최고세율인 22%를 적용받아 403억 원의 법인세를 부담했다.
그러나 초대기업 증세 기준인 과세표준 2천억 원에 근소하게 미치지 못하기 때문에 증세 영향을 받지 않는다. 물론 올해 실적이 개선돼 세전이익이 2천억 원을 넘게 되면 마찬가지로 최고세율 25%를 적용받는다.
한진그룹 역시 지난해 세전이익 2천억 원을 넘은 계열사가 없었다. 하지만 대한항공은 1조 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올렸다. 지난해는 한진해운 경영권 포기와 환차손 등 손실이 발생한 점을 고려하면 올해 과세표준 2천억 원을 넘길 가능성이 없지 않다.
문 대통령은 27~28일 청와대에서 14대 대기업에 오뚜기까지 포함해 15명의 기업인을 만난다.
27일에는 구본준 LG 부회장, 권오준 포스코 회장, 김승연 한화 회장,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박정원 두산 회장, 손경식 CJ 회장, 함영준 오뚜기 회장이 참석하며 28일에는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 최태원 SK 회장, 허창수 GS그룹 회장, 최길선 현대중공업 회장, 황창규 KT 회장,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 등이 참석한다.
현대자동차와 롯데는 참석자를 확정하지 않았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