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시멘트가 다시 매물로 나올 것으로 보인다.
쌍용양회와 한일시멘트가 인수전에 나서 국내 시멘트업계 주도권을 놓고 경쟁하게 될지 주목된다.
◆ 쌍용양회 한일시멘트, 한라시멘트 인수로 1위 노릴까
24일 시멘트업계에 따르면 베어링프라이빗에쿼티아시아(베어링PEA)가 한라시멘트 매각작업에 착수하기 위해 인수후보자들에게 곧 투자안내서를 발송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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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종구 한라시멘트 대표이사. |
베어링PEA가 한라시멘트의 지분 99.7%를 확보한 지 두 달도 안돼 한라시멘트를 매물로 내놓는 것이다.
베어링PEA는 홍콩계 사모펀드인데 지난해 3월 글랜우드프라이빗에쿼티(글랜우드PE)와 컨소시엄을 만들고 프랑스 시멘트기업 라파즈홀심으로부터 한라시멘트의 지분 99.7%를 6200억 원에 사들였다.
베어링PEA는 그 뒤 글랜우드PE가 보유하고 있던 지분까지 마저 사들이면서 올해 5월 한라시멘트의 단독 최대주주에 올랐다.
베어링PEA가 시장의 예상보다 이른 시점에 매각을 추진하는 것을 놓고 건설경기 침체 전에 높은 가격에 팔기 위한 계산도 깔린 것으로 금융투자업계는 보고 있다.
건설경기의 선행지표인 건축허가면적은 지난해에 2015년보다 5.7% 감소했고 올해 1분기에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 가량 줄었다. 문재인 정부가 부동산을 규제하는 쪽으로 정책방향을 잡을 가능성도 건설경기전망을 어둡게 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시멘트업황은 건설경기와 긴밀하게 연관된다. 건설경기가 침체되면 한라시멘트도 실적에 타격을 받을 수 있고 이 경우 몸값을 높게 부르기 어려워진다는 얘기다.
국내 시멘트업계의 양강으로 떠오른 쌍용양회와 한일시멘트는 지난해 말 매출을 기준으로 각각 시장점유율 28.1%, 28.8%를 보이며 업계 1위에 오르기 위해 접전을 펼치고 있다.
쌍용양회나 한일시멘트가 시장점유율 12% 안팎의 한라시멘트를 품을 경우 시장점유율이 단번에 40%까지 올라 지배적사업자로 자리를 굳힐 수 있다.
박세라 신영증권 연구원은 “쌍용양회가 한라시멘트를 인수하면 국내 시멘트시장의 주도권을 쥐면서 기업가치 상승을 통해 투자금을 회수하기 좋은 기반을 다지게 될 것”이라며 “한일시멘트가 해안사인 한라시멘트를 인수할 경우 수송방법 다변화, 주요거점 확대 등 사업적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 한라시멘트 부실한 재무구조, 인수 걸림돌
하지만 쌍용양회와 한일시멘트가 한라시멘트 인수를 부담스럽게 여길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라시멘트의 매각가는 3천억~5천억 원대로 추산된다. 수천억 원 규모의 차입금 때문에 베어링PEA-글랜우드PE가 샀던 가격보다 몸값이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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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상원 한앤컴퍼니 대표(왼쪽), 허기호 한일시멘트 회장. |
박 연구원은 “베어링PEA가 한라시멘트 인수주체였던 라코를 한라시멘트와 합병하면서 자본재조정을 진행하고 있다”며 “한라시멘트의 차입금이 지난해 1100억 원 수준에서 올해 4천억~5천억 원까지 불어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쌍용양회를 인수한 한앤컴퍼니는 국내 시멘트업계에 뛰어들면서 1조6천억 원의 자금을 쏟아부었다. 한앤컴퍼니는 최근 투자금회수을 회수하려는 조짐을 보이고 있어 한라시멘트 인수에 소극적일 수 있다.
한일시멘트도 한라시멘트 인수에 선뜻 나서기 부담스럽긴 마찬가지다. 한일시멘트는 최근 인수를 끝낸 현대시멘트의 부실한 재무구조를 개선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한일시멘트는 1분기 말 기준으로 부채비율이 41.8%로 재무구조가 탄탄하지만 현대시멘트는 부채비율이 300%를 넘는 데다 1년 안에 갚아야 하는 유동부채도 1805억 원이나 된다. 여기에 한라시멘트의 순차입금까지 보태면 한일시멘트의 지원부담이 더 커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지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