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애플의 아이폰 신제품에 탑재되는 AP(모바일프로세서) 위탁생산을 맡으며 협력관계를 더욱 강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는 시스템반도체와 메모리, 디스플레이에 이르는 글로벌 주요 부품사업에서 모두 압도적인 기술경쟁력을 자랑하며 시장지배력을 더욱 끌어올리는 효과를 볼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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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 |
전자전문매체 매셔블은 19일 “삼성전자의 역대 최고 스마트폰은 애플이 내년에 출시할 아이폰9가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매셔블은 애플의 스마트폰사업 최대 경쟁자로 꼽히는 삼성전자가 내년 아이폰에 탑재되는 핵심부품을 대부분 책임질 것이라는 전망을 놓고 이렇게 평가했다.
최근 업계와 외국언론들이 입수한 정보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시스템반도체 위탁생산시설에 애플 아이폰용 AP 전용장비를 도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2015년 출시된 아이폰6S의 AP 위탁생산을 대만 TSMC와 절반 정도씩 나누어 담당했다. 하지만 지난해 아이폰7부터 TSMC에 물량을 모두 빼앗기며 실적에 타격을 받았다.
삼성전자가 생산한 AP에서 성능저하 논란이 발생한데다 애플이 자체 AP를 개발하는 삼성전자에 기술유출 가능성을 우려해 TSMC에 앞으로도 계속 위탁생산을 맡길 것이라는 전망이 유력했다.
하지만 삼성전자가 시스템반도체와 위탁생산사업부를 분리하는 조직개편을 실시하고 위탁생산 공정기술력도 점차 TSMC를 앞서나가며 빠르게 발전하자 애플이 마음을 돌린 것으로 분석된다.
워싱턴포스트는 “삼성전자는 애플에 완전히 외면받은 것으로 보였지만 다시 TSMC와 경쟁구도에 놓이게 됐다”며 “애플과 부품공급 협력이 점점 확대되고 있다”고 바라보고 있다.
애플이 아이폰의 제품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삼성전자와 협력관계를 더욱 강화할 필요성이 높아진 점도 삼성전자가 위탁생산을 담당하게 된 배경으로 꼽힌다.
글로벌시장에서 중소형 올레드패널과 3D낸드 등 스마트폰 핵심부품의 공급부족이 점점 심각해지며 최대 고객사인 애플과 최대 공급사인 삼성전자의 협력이 당연한 수순으로 꼽히기 때문이다.
애플은 올해 출시하는 아이폰 고가모델에만 삼성디스플레이의 올레드패널을 독점공급받기로 했지만 내년에는 모든 제품에 탑재하기로 했다. 수요가 2억 대 이상으로 2배 넘게 늘어나는 것이다.
LG디스플레이 등 후발주자도 애플에 올레드패널 공급을 추진하고 있지만 생산시기가 불투명하고 출하량도 삼성디스플레이에 크게 뒤처질 수밖에 없어 상대적으로 불안정하다.
고용량 아이폰 출시와 성능개선에 필수적인 3D낸드 역시 삼성전자의 기술력과 공급능력이 압도적이다. 도시바와 SK하이닉스 등 경쟁업체는 아직 3D낸드 생산비중이 크게 낮은 것으로 추정된다.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은 6월 미국 출장길에서 애플 경영진을 만나 부품공급에 관련된 논의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3D낸드와 올레드패널의 안정적인 공급을 약속하는 대신 AP 위탁생산 수주를 추진하는 일종의 거래가 이뤄졌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애플은 단가가 높은 프리미엄 스마트폰 부품의 최대고객사로 꼽히는데 삼성전자가 부품을 공급할 경우 내년 실적증가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애플이 스마트폰시장에서 미치는 막대한 영향력을 고려할 때 이에 그치지 않고 삼성전자의 부품기술력이 전 세계에서 더욱 위상이 높아지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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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팀 쿡 애플 CEO. |
삼성전자는 3D낸드와 올레드패널에서 모두 후발업체들의 적극적인 추격에 직면하고 있다. 특히 위탁생산에서는 글로벌 점유율 1위를 굳건히 지키고 있는 TSMC의 벽을 넘기 쉽지 않다.
하지만 애플의 핵심 부품공급업체로 자리잡으면 기술격차를 확실하게 증명해 시스템반도체와 메모리, 디스플레이의 ‘삼각편대’로 전 세계 고객사들의 수요를 대거 확보하는 성과를 볼 수 있다.
전 세계 부품업체들의 대규모 투자경쟁으로 향후 공급과잉현상이 벌어져도 애플과 자체 스마트폰사업으로 안정적인 공급처를 확보하게 돼 타격을 대부분 방어할 것으로 전망된다.
매셔블은 “애플은 과거 삼성전자의 갤럭시 시리즈가 아이폰을 따라했다며 저평가했지만 시장판도가 바뀌며 입장도 달라지게 됐다”며 “서로에게 꼭 필요한 존재가 되고 있다”고 바라봤다.
애플은 삼성전기의 적층세라믹콘덴서와 기판, 삼성SDI의 배터리 등 삼성전자 계열사의 부품 주문량도 이전보다 늘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협력강화에 따른 강력한 낙수효과도 발생할 공산이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