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인터넷기업과 망사업자(ISP) 사이에 ‘망중립성’ 원칙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
국내에서도 통신비 인하와 맞물려 망중립성 완화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데 네이버와 카카오가 망중립성을 지키기 위해 적극적인 목소리를 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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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지트 파이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 위원장. |
구글, 페이스북, 트위터 등 미국 인터넷기업들은 12일을 ‘망중립성을 지키기 위한 행동의 날’로 지정하고 우리나라의 방송통신위원회에 해당하는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의 망중립성 폐지 움직임에 공동으로 대응하기 시작했다.
구글은 블로그를 통해 “열린 인터넷은 모든 이가 자신을 표현하고 혁신하며 경쟁하도록 해준다. 망중립성 보호를 지지한다”고 밝혔고 트위터는 홈페이지와 애플리케이션(앱)에 망 중립성 해시태그(#)를 홍보하고 있다.
넷플릭스는 홈페이지에 “인터넷 자유를 지키고 망중립성을 보호하자. 행동에 나서자”라는 광고배너를 걸었다. 이 배너를 누르면 미국 인터넷협회의 망중립성 정보 페이지로 연결된다.
망중립성이란 이동통신사 등 망사업자가 특정 콘텐츠를 놓고 요금을 차등부과하는 등의 방법으로 콘텐츠사업자를 차별해서는 안 된다는 원칙이다.
통신사는 망을 사용하는 부담을 콘텐츠사업자도 져야한다며 망중립성을 완화해야한다고 요구하고 있고 콘텐츠사업자는 공정한 경쟁환경을 보장해야 한다며 망중립성이 지켜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미국은 트럼프 정부가 들어서면서 망중립성을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과 아지트 파이 연방통신위원장이 모두 망중립성 폐지론자이기 때문이다. 연방통신위원회는 5월 투표를 통해 망중립성 원칙을 수정하는 절차에 착수하기로 결정했다.
국내에도 망중립성 완화 움직임이 나타나면서 네이버와 카카오 등은 촉각을 세우고 있다.
통신비 인하가 문재인 정부의 핵심과제로 떠오르면서 망중립성을 완화해 제로레이팅을 활성화하자는 의견이 힘을 받고 있다. 제로레이팅이란 소비자가 특정 콘텐츠를 업로드하거나 내려 받을 때 데이터 이용료를 지불하지 않고 콘텐츠사업자가 대신 비용을 내는 방식을 말한다.
망중립성을 완화하고 데이터요금 인하의 부담을 네이버와 카카오 등 인터넷기업에게 지우자는 것이다. 통신사와 인터넷기업이 통신비부담을 같이 지게 되는 것이어서 통신비 인하의 해법이 제로레이팅 활성화에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은 망중립성 지지 의사를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유영민 미래과학부 장관과 이효성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후보는 모두 통신비 인하를 최우선적으로 추진하겠다고 예고하고 있어 제로레이팅 활성화 논의를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유 장관은 4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제로레이팅 도입 필요성을 묻자 “소비자의 권익과 사업자의 수익모델간 균형을 모색하는 차원에서 검토해 보겠다”고 답했다. 이개호 국정기획자문위원회 경제2분과 위원장도 제로레이팅을 사회적 논의기구에서 논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네이버와 카카오 등 콘텐츠사업자의 반대를 넘기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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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성숙 네이버 대표(왼쪽)과 임지훈 카카오 대표. |
한성숙 네이버 대표는 5월 기자간담회에서 “네이버는 이미 망 사용료로 많은 금액을 내고 있다”며 “사실 더 내게 되더라도 우리는 버틸 수 있겠지만 지금 막 시작하는 스타트업들이 이런 비용을 부담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망중립성을 지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네이버와 카카오가 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윤영찬 전 네이버 부사장이 5월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으로 임명된데 이어 정혜승 카카오 부사장도 청와대 뉴미디어비서관으로 임명됐다. 윤 수석은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운영위원장으로 있으면서 국내 인터넷업계의 입장을 꾸준히 대변해온 인물이다.
주요 포털기업 출신들이 청와대에 포진하면서 국내 인터넷기업들도 미국 인터넷기업들처럼 망중립성을 지켜야 한다는 의견을 적극적으로 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반면 이통3사는 통신비 인하를 놓고 정부와 계속 충돌하며 정치적인 입지가 약해지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정부의 통신비인하 추진의지가 뚜렷한 상황이어서 망중립성 완화, 제로레이팅 도입 등은 논의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이 과정에서 통신업계과 인터넷업계의 정치적인 물밑 신경전이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