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미국에서 판매량을 좀처럼 늘리지 못하고 있다. 재고는 늘고 신차는 부족하다.
12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가 중국과 미국 양쪽에서 판매부진을 겪고 있다. 중국에서는 사드보복의 여파로 판매가 급감했고 미국에서는 예상보다 파매부진이 깊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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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 |
중국에서 외교문제 등 외부적인 요인이 판매감소에 큰 영향을 끼쳤다면 미국에서는 모델 노후화, 신차 부재 등 경쟁력 약화가 판매에 악영향을 줬다.
이 때문에 한중관계가 개선되면 현대차가 중국판매를 되살릴 수도 있지만 미국판매를 정상화하기 위해서는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총력을 기울어야 한다.
이재일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면서 사드제재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는데 양국 정상이 합의점을 찾지 못하더라도 제재 강도는 점차 낮아질 것”이라며 “미국에서 판매량이 크게 줄어들면서 재고가 늘고 있는데다 판매비용을 늘렸지만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고 바라봤다.
6월 현대차는 미국에서 판매량이 지난해 6월보다 19.3% 줄었는데 판매감소폭은 2009년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이었다.
2분기 미국에서 현대차의 재고는 늘어났다.
지난해 2분기와 비교해 미국판매량은 10% 이상 감소했지만 국내공장의 미국 수출량은 10% 가량 늘었다. 미국공장 생산량과 국내공장 수출량을 더한 값에 판매량을 빼면 1만8천 대 가량으로 그만큼 재고가 늘어난 셈이다. 상반기 누적 재고량은 3만 대를 넘어섰다.
이 연구원은 “지난해 국내공장의 대규모 파업으로 미국 재고량이 줄었는데 다시 원점으로 되돌아간 것”이라며 “하반기에 판매감소로 재공량이 빠르게 늘어날 가능성이 높아 현대차가 생산조정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현대차가 하반기에도 미국에서 신차가뭄에 시달릴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현대차가 미국출시를 준비하고 있는 신차는 쏘나타 뉴라이즈가 유일하다.
그러나 쏘나타 뉴라이즈의 경쟁상대가 만만치 않다. 토요타의 신형 캠리가 이르면 8월 출시된다. 쏘나타와 캠리는 중형세단 라이벌로 꼽히지만 쏘나타 뉴라이즈는 부분변경모델, 신형 캠리는 완전변경모델이어서 캠리에 더욱 관심이 집중될 수밖에 없다.
이 연구원은 “쏘나타 뉴라이즈는 성능과 디자인 면에서 구형 모델과 완전히 단절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현대차가 인센티브를 늘려 구형모델를 팔았던 후유증이 이어질 수 있다”며 “코나와 G70도 미국출시를 앞두고 있지만 내년부터 판매가 시작될 것”이라고 파악했다.
현대차는 미국에서 일본 완성차회사와 경쟁구도에 놓였는데 토요타를 비롯한 일본 완성차회사들이 신차출시에 열을 올리고 있는 점도 현대차에 부담이다.
토요타는 올해 4월 C-HR을 출시해 코나가 겨냥한 소형SUV 시장을 선점했고 닛산도 5월에 SUV 신차 로그 스포츠를 내놨다. 토요타 라브4, 닛산 알티마와 센트라, 혼다 어코드 등 신형모델도 내년에 출시된다.
현대차 북미법인은 지난해 순손실 4319억 원을 낸 데 이어 올해도 순손실 9170억 원을 내면서 적자폭이 커질 것으로 이 연구원은 예상했다.
이 연구원은 “현대차는 국내와 신흥국에서 선전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미국에서 판매부진이 깊어지면서 하반기 이후 불확실성이 대폭 커졌다”며 “2분기 미국 재고량이 늘어나고 3분기 파업 등으로 생산차질 가능성도 높아진 데다 일본 완성차회사들이 신차출시에 나서면서 현대차는 하반기 미국에서 판매를 개선할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고 바라봤다.
현대차는 올해 매출 98조8950억 원, 영업이익 5조1409억 원을 낼 것으로 이 연구원은 예상했다. 지난해와 비교해 매출은 5.6% 늘지만 영업이익은 1% 줄어드는 것이다. [비즈니스포스트 임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