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청이 호텔롯데를 면세점사업자에서 탈락하기 위해 온갖 방법을 동원한 것으로 감사원의 감사결과 드러났다.
롯데그룹이 정당한 절차를 통해 면세점 특허권 탈환이 어렵다고 보고 면세점 입찰과정에서 전방위적 로비에 나섰을 가능성에 힘이 실리면서 신동빈 회장의 박근혜 게이트 뇌물혐의 재판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 2번이나 부당하게 탈락, 그 뒤 로비 가능성 제기
감사원은 11일 박근혜 정부가 면세점사업자 선정심사 때 의도적으로 평가점수를 조작해 사업자를 두번이나 뒤바꿨다고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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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
호텔롯데가 운영하는 롯데면세점은 다른 사업자들보다 객관적으로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받지 못해 두번이나 입찰에서 탈락했다.
결국 이 과정에서 롯데면세점이 정당한 과정을 통해서는 특허권을 따낼 수 없다고 보고 그룹 차원에서 로비에 나섰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신동빈 회장은 박근혜 게이트와 관련해 뇌물공여 및 청탁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검찰은 신 회장이 롯데면세점 특허 재승인과 관련해 지난해 3월 박 전 대통령과 독대해 K스포츠에 추가로 출연하는 대가로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 사업권 등의 현안을 두고 거래했다고 보고 있다.
다만 청와대 지시로 기획재정부가 서울 시내면세점 특허를 늘리기로 한 시점이 신동빈 회장과 박 전 대통령이 독대하기 전이라는 사실이 드러난 점은 신 회장에게 유리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신 회장이 박 대통령을 만나 시내면세점 특허를 늘려달라고 청탁한 뒤 청탁의 대가로 70억 원을 건넸다는 혐의를 부정하는 증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이번 감사원 발표로 2016년 4월 발표된 신규 면세점 입찰공고는 3월 신 회장과 박 전 대통령의 독대 전에 이미 결정된 사안이라는 점이 밝혀졌다”며 “독대와 시내면세점 특허 추가공고는 시기와 정황상 무관하다”고 말했다.
◆ 시기와 정황상 무관?
그렇다고 해도 의문이 남는다.
롯데면세점의 경쟁력에 아무 문제가 없는 상황에서도 계속 탈락했는데 시내면세점이 3곳 늘어난다 해도 선정될 수 있을지 롯데그룹이 불안해 했을 수 있다.
당시만 해도 면세점은 이른바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여겨지면서 기존에 탈락했던 호텔롯데와 SK네트웍스, 현대백화점은 물론 새롭게 시내면세점을 연 신세계DF나 두산, 한화갤러리아가 다시 뛰어들 가능성도 제기됐다.
실제 10월 입찰마감 결과 호텔롯데뿐만 아니라 SK네트웍스, 현대백화점면세점, HDC신라면세점, 신세계DF 등 5곳이 신청서를 냈다.
시내면세점 추가허용 방침이 나올 때만 해도 롯데면세점의 월드타워점 재탈환 가능성이 높게 점쳐졌으나 중간에 검찰수사로 재탈환을 기약하기 힘들어졌다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당시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이 네이처리퍼블릭의 면세점 입점을 대가로 정운호 전 대표로부터 금품을 받았다는 의혹이 불거졌기 때문이다. 신 이사장은 당시 호텔롯데 면세점사업부를 담당하는 등기임원에 올라있었다.
이는 롯데그룹이 70억 원을 출연했다가 돌려받은 시기와도 겹친다. 롯데그룹은 5월 말 K스포츠에 70억 원을 입금했지만 검찰의 롯데그룹 내사가 본격화하자 6월 이를 돌려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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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 재개장을 앞두고 6월28일 장선욱 롯데면세점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직원들이 현장점검을 하고 있다. |
◆ 월드타워점 탈환 왜 중요했나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은 롯데그룹에게 매우 중요하다.
롯데그룹의 핵심과제인 호텔롯데 상장과 롯데월드타워 사업의 성패를 결정짓기 때문이다.
신 회장은 롯데그룹의 지배구조를 개편하기 위해 호텔롯데 상장을 추진하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호텔롯데의 기업가치는 면세점사업의 성장성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호텔롯데에서 면세점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90%를 훌쩍 넘는다. 특히 월드타워점은 소공동점에 이어 롯데면세점에서 두번째로 매출이 많이 나오는 데다 매출성장률도 가장 높다.
월드타워점은 외국인 관광객을 롯데월드타워로 끌어들일 수 있는 강력한 유인이기도 하다.
신 회장은 당시만 해도 국내 두번째 규모였던 월드타워점을 재단장해 국내 최대, 세계 3위 규모 면세점을 만들 계획도 세워두고 있었다. 이를 위해 잠실 롯데백화점에 있던 면세점을 3천억 원을 들여 월드타워로 옮겨왔다.
월드타워점에서 근무하던 직원도 1300여 명에 이른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