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현우 한화테크윈 항공방산부문 대표이사가 그동안 방산사업에 가려 큰 빛을 보지 못했던 항공기엔진사업의 위상을 강화하는 데 주력한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물적분할한 뒤 존속법인으로 남은 한화테크윈이 앞으로 항공기엔진사업에서 독자적인 경쟁력을 확보해 기업가치를 증명해야 한다는 과제를 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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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현우 한화테크윈 항공·방산부문 대표이사. |
한화테크윈은 7월1일자로 지상방산과 에너지장비, 산업용장비사업을 모두 100% 자회사로 물적분할했다. 지배구조 재편의 결과로 한화테크윈은 앞으로 항공기엔진과 엔진부품, 감시카메라(시큐리티부문), 산업용로봇 등의 제조와 판매를 주력사업으로 하게 된다.
한화테크윈은 과거 삼성그룹 계열사로 있을 때 엔진부문을 별도의 사업부로 운영하다가 한화그룹에 인수되면서 엔진과 특수(방산)부문을 묶어 항공방산사업부로 운영해왔다.
하지만 방산부문이 자회사 한화지상방산으로 분리되면서 한화테크윈은 다시 엔진사업부에 집중하는 사업구조를 갖추게 됐다.
한화테크윈이 물적분할을 실시하며 내놓은 회사분할결정 보고서에 “시큐리티부문의 인적분할을 포함한 다각도의 사업재편에 대해 검토중”이라는 내용을 명시한 점도 앞으로 엔진사업부에만 주력하겠다는 포석을 놓은 것이라는 분석에 힘을 싣는다.
한화테크윈은 과거에 엔진사업부가 별도로 존재하던 2014년만 해도 전체 매출의 40%가량을 엔진부문에서 냈다. 방산사업과 합쳐져 주목도가 떨어졌지만 한화테크윈에서 차지하는 위상은 여전히 높다.
최근 이뤄진 물적분할에서도 한화테크윈 종속법인이 차지하는 자산이 전체자산의 80%에 육박할 만큼 엔진사업부에 한화테크윈이 기대는 비중이 크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한화테크윈이 사실상 엔진사업에 역량을 모아야하는 만큼 신 대표가 이를 어떻게 키워나갈지 주목된다.
한화테크윈은 최근 수 년 동안 글로벌 항공기제조기업인 제너럴일렉트릭(GE)과 롤스로이스, 프랫앤휘트니(P&W) 등에 엔진부품과 모듈 등을 장기공급하는 계약을 맺으며 엔진사업의 덩치를 키우는데 힘을 쏟아왔다.
글로벌 항공기제조기업들로부터 기술협력을 받아 한국항공우주산업이 개발한 경공격기 FA-50과 한국형기동헬기 수리온 등의 엔진을 개발해 공급하기도 한다.
하지만 방산업계는 한화테크윈이 아직 항공기엔진부문에서 자체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한 채 단순히 부품을 조립하는 단계에 머무르고 있다고 파악하고 있다.
항공기엔진제조사업이 20~30년가량의 기술역량을 쌓아야 하는 만큼 아직은 한화테크윈이 GE와 롤스로이스, P&W 등에 부품을 공급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는 것이다.
신 대표는 이를 극복하기 위해 한화테크윈의 항공방산부문을 총괄하게 된 뒤부터 엔진사업의 기술노하우를 축적하기 위해 노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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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현우 한화테크윈 항공·방산부문 대표이사(오른쪽)가 2016년 7월12일 판보로에어쇼에서 진 라이던-로저스 GE에비에이션 군수부문 사장(왼쪽)을 만나 KF-X F414 엔진 국산화용 부품구매 및 기술협력에 대한 계약서에 사인한 뒤 악수하고 있다. |
신 대표는 한공·방산부문 대표에 오른 직후인 2015년 12월에 P&W와 GTF(기어드터보팬) 엔진의 국제공동개발사업 계약을 체결했다. 국제공동개발사업은 RSP방식으로 체결돼 계약 초반에 마케팅비용 등이 늘어나 적자를 보는 것이 불가피하지만 5~7년 뒤에는 30년가량 수익을 안정적으로 창출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신 대표는 지난해 P&W와 싱가포르 항공기엔진 생산법인 PMWS의 지분 30%를 인수해 조인트벤처기업으로서 경영에 참여하는 계약을 맺기도 했다.
그러나 합작사업만으로는 글로벌 항공기엔진제조기업으로 거듭나기 어렵다는 지적이 많다. 방산업계는 한화그룹이 여태껏 사업역량을 강화하는데 써왔던 방식인 인수합병을 통해 항공기엔진사업에 힘을 실을 가능성이 크다고 바라본다.
시큐리티부문을 인적분할해 상장하는 방법으로 인수합병을 위한 실탄을 마련한 뒤 해외의 항공기엔진부품 제조기업을 사들이는 방안이 꼽힌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