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성원 SK플래닛 사장이 11번가를 두고 고민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시장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흑자전환까지 갈 길이 먼 데다 모회사 SK텔레콤의 구조조정 압박강도도 높아지고 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SK플래닛이 11번가 매각설을 부인했지만 여전히 매각설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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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성원 SK플래닛 사장. |
SK플래닛이 어떤 식으로든 11번가를 재편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오면서 매각설도 힘을 받고 있다.
서성원 사장은 최근 매각설이 불거지자 “분사 후 매각이라는 옵션은 전혀 검토하고 있지 않다”며 매각설을 부인했다.
그러나 시장은 매각 가능성이 여전히 열려있다고 보고 있다.
매각설이 흘러나오고 있는 근본적 이유는 실적이다.
11번가가 흑자를 내며 독자적으로 생존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출 수 있을지를 놓고 부정적 전망이 우세하다.
SK플래닛은 지난해 매출 1조1773억 원, 영업적자 3650억 원 냈다. 2015년보다 매출은 4천억 원 이상 줄었고 영업적자는 3600억 원 이상 늘었다. 이커머스시장에서 경쟁이 심화되면서 11번가의 마케팅 부담도 커졌기 때문이다.
문제는 11번가를 둘러싼 영업환경이 점차 악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정지수 SK증권 연구원은 “출혈경쟁이 지속되면서 이베이코리아를 제외한 오픈마켓 및 소셜커머스기업들의 장기 영업적자가 지속되고 있다”며 “하위 사업자들의 경쟁력이 눈에 띄게 감소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파악했다.
지난해 국내 주요 이커머스기업들의 영업손실 규모는 모두 합쳐 1조 원에 이르렀다.
이들은 일단 수익성을 포기하고 판촉을 통해 점유율을 높이는 데 집중하고 있다. 우선 시장을 선점해야 나중에라도 흑자를 낼 수 있다고 보고 경쟁사가 도태되기를 기다리며 치킨게임을 벌이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출혈경쟁이 이어지면 공멸할 수 있다는 우려가 업계 안팎에서 계속 나오고 있다.
국내 이커머스기업 가운데 이베이코리아만 유일하게 흑자를 내고 있다. 과거 G마켓 인수로 외형을 확대하면서 ‘규모의경제’ 효과를 누리고 있기 때문이다.
전망이 불확실하다 보니 투자 유치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투자를 유치하려면 성장 가능성을 증명해야 한다.
SK플래닛은 지난해부터 외부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힘쓰고 있지만 어려움을 겪고 있다. BoA 메릴린치 주관으로 최대 1조 원 규모의 재무적투자자 유치를 추진했지만 결국 실패했다.
그 뒤 중국 최대 민영투자회사인 중국민성투자유한공사로부터 1조 원 규모의 투자를 받으려 했으나 현재 협상이 지지부진하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롯데나 신세계 등 유통공룡들을 비롯해 대부분 기업들이 온라인 판매에 집중하고 있다”며 “아직까지 수익을 내지 못한 상황에서 경쟁은 점점 치열해지고 있어 11번가를 계속 안고 가는 게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최근 11번가를 분사한 뒤 롯데그룹이나 신세계그룹과 합작법인을 설립한다는 말이 흘러나오기도 했지만 롯데그룹이나 신세계그룹 입장에서 굳이 합작법인 형태로 투자할 필요성이 높지 않은 데다 합작법인을 만들 경우 공정거래법에 위반되는 부분도 있어 현실화까지 갈 길이 멀 것으로 보인다.
모회사 SK텔레콤에 부담을 안기고 있는 점도 11번가를 두고 고민이 깊어지는 이유다.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은 SK텔레콤이 SK플래닛에 추가적인 증자를 하지 않을 것이라며 선을 그었다. 박 사장이 서성원 사장을 향해 압박강도를 높이고 있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박 사장은 2월 말 기자간담회에서 “SK플래닛은 피를 흘리고 있는 사람과 마찬가지인데 링겔을 꽂는 것은 좋은 해결책이 아니다”며 “우리가 보유한 사업포트폴리오에서 피를 지나치게 많이 흘리고 있다면 지혈부터 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SK플래닛 매각설이 나오자 SK텔레콤 주가가 강세를 보인 것도 같은 맥락이다.
김홍식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지분 매각이 성사되면 SK텔레콤 주가가 단기 급등할 가능성이 높다”며 “SK플래닛의 높은 가치가 시장에서 입증되고 골치덩어리인 SK플래닛이 연결대상법인에서 제외되기 때문”이라고 바라봤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