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과 유럽연합(EU)이 경제연대협정(EPA)을 체결하면서 현대캐피탈의 유럽사업에 빨간불이 켜지게 됐다. 현대기아차의 유럽 수출량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현대캐피탈은 현대기아차의 전속금융사로 현대기아차의 자동차 판매량에 의존하는 수익구조를 갖고 있다. 일본-EU 경제연대협정 체결에 따라 현대기아차의 유럽수출이 줄게 되면 고심이 깊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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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태영 현대캐피탈 대표이사 부회장. |
유럽연합은 일본이 자동차를 수출할 때 부과하고 있는 관세 10%를 7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없애기로 했다. 3~4% 수준의 일본산 자동차부품 관세는 경제연대협정이 발효되는 즉시 철폐된다.
현대기아차는 한국과 유럽연합 사이의 자유무역협정(FTA)의 수혜를 받아 현재 유럽에서 자동차 수출 시 관세를 물지 않는데도 일본차 판매량의 절반 수준 정도의 판매량에 그치고 있다. 현재 유럽에는 토요타, 닛산 등 6개 일본 자동차 제조사가 진출해 있다.
2016년 일본산 자동차는 유럽시장에서 191만7940대가 판매됐다. 현대기아차는 94만328대가 팔렸다.
일본산 자동차의 관세까지 철폐되면 현대기아차의 판매량이 더욱 낮아질 가능성이 높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은 이날 ‘일-EU EPA 타결 및 시사점’ 보고서에서 “일본의 경제연대협정 타결로 유럽시장에서 우리나라 자동차 수출에 부정적 영향이 생길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대캐피탈은 ‘현대캐피탈뱅크유럽’을 세우고 올해 1월부터 독일에서 영업을 시작했는데 사업에 적지 않은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현대캐피탈은 유럽에서 현대기아차 구매와 관련한 자동차 할부 및 리스 등의 금융서비스만을 제공하고 있고 다른 수익원은 없다.
현대캐피탈은 국내에서는 개인신용대출, 주택금융, 기업금융 등 비자동차금융 부문에서도 수익을 내고 있지만 해외에서는 오로지 현대기아차의 판매를 지원하는 역할만을 하고 있어 현대기아차의 판매량에 절대적으로 의존한다.
현대캐피탈 유럽법인은 1분기에 순손실 70억4200만 원을 냈다. 현대캐피탈 유럽법인은 사업 초기단계에 있는 만큼 아직 안정적인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는데 힘을 내야할 때 악재가 발생한 셈이다.
현대캐피탈은 현대기아차의 전속금융사로서 국내 다른 캐피탈사에 비해 우월한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지만 역으로 현대기아차에 의존적인 사업구조가 유렵시장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이다.
현대캐피탈의 1분기 순이익이 지난해 1분기보다 1.4%가 줄어든 것을 두고 시장에서는 1분기에 현대기아차의 신차 출시가 없었던 데다 현대기아차가 부진한 판매실적을 보인 것을 주원인으로 꼽기도 했다.
현대캐피탈 관계자는 “유럽법인 사업은 아직 초기단계인 만큼 다른 수익원을 놓고는 아직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현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