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 등 조선사들이 올해 수주를 회복하고 있지만 이를 조선업황의 회복으로 보기에는 이르다는 분석이 계속 나오고 있다.
한영수 삼성증권 연구원은 5일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 등 조선사들의 주가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큰 폭으로 상승하고 있는데 이는 조선업황의 수주사이클이 변화할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라며 “그러나 현재 상황을 봤을 때 호황기가 곧 올 것이라고 선언하기는 어렵다”고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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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오갑 현대중공업 부회장(왼쪽), 박대영 삼성중공업 사장. |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 주가는 5일 기준으로 1년 전과 비교해 각각 72.7%, 59.4% 올랐다. 두 기업이 점차 늘어날 조짐을 보이고 있는 선박발주의 수혜를 볼 것이라는 기대감이 주가를 끌어올렸다.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이 수주가뭄에서 벗어나 올해 신규수주에서 비교적 순항하고 있는 점도 주가상승에 한몫을 했다.
하지만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이 올해 수주한 물량이 앞으로 실적을 개선하는 데 얼마나 기여할 수 있을지 미지수라는 점에서 조선업종의 호황을 점치기는 힘들다고 한 연구원은 봤다.
한 연구원은 “조선사들은 미래 이익을 결정하는 신규수주에서 양과 질 두 부문 모두를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며 “선박의 계약가격 등을 고려할 때 조선사들이 앞으로 외형과 실적 등을 성장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할만한 근거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현대중공업과 현대삼호중공업, 현대미포조선 등 현대중공업그룹 3사는 올해 상반기에 조선·해양부문에서 43억 달러를 수주했다. 지난해 상반기보다 수주가 143% 늘어난 것이지만 올해 예상매출의 38% 수준에 불과해 외형이 계속 축소될 가능성이 높다.
삼성중공업은 상반기에 51억 달러의 일감을 확보했는데 이 가운데 75%를 차지하는 해양프로젝트의 인도가 2020년 이후라는 점을 감안할 때 실적이 조만간 회복될 것으로 볼만한 근거를 찾을 수 없다고 한 연구원은 진단했다.
선박가격의 약세도 조선사에 악재가 되고 있다.
현재 신조선가 지수는 123으로 지난해 말과 동일한 수준이다. 조선사들이 2014~2016년에 선박을 수주할 때 신조선가 지수는 133을 기록했는데 이보다 7%가량 낮다. 이 가격이라면 조선사들이 올해 수주한 선박의 건조를 마무리하는 시점에 영업손실이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 업계 안팎에서 나온다.
신조선가 지수는 1988년 1월의 선가를 100으로 잡아 특정시점의 선박가격 평균을 나타내는 지표다.
한 연구원은 이런 상황을 고려할 때 현재 시점에 조선사의 주식을 사는 것을 자제해야 한다며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 투자의견을 기존 매수에서 중립으로 하향조정했다.
한 연구원은 “신조선가 지수가 현재보다 최소 10포인트 정도 상승하는 등 업황지표가 개선돼야 투자의견을 재검토할 수 있다”며 “선박가격 인상을 시도하는 조선사와 낮은 가격에 선박을 확보하려는 선주 사이의 줄다리기가 이어지고 있어 업황회복을 선언하기까지 다소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