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가계 통신비 절감을 위해 이통사에 압박수위를 높이면서 단말기 제조업체의 고통분담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프리미엄 신형 스마트폰 출시를 앞두고 고가전략에 제동이 걸릴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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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동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사장(왼쪽)과 조준호 LG전자 MC사업본부 사장. |
26일 정치권과 업계 등에 따르면 정부가 선택약정할인율을 확대하고 보편요금제를 도입하기로 하는 등 최대 연간 4조6천억 원의 통신비 절감방안을 내놓으면서 이통사들에서 볼멘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통사들은 통신비가 단말기 가격과 콘텐츠 이용료를 포함하는 만큼 제조사 역시 통신비 절감방안의 일부를 부담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23일 국회에서 열린 ‘통신비 기본료 폐지, 무엇이 해답인가?’ 토론회에서도 이통사들이 이와 관련 불만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이통업체 관계자들에서 나왔다.
이상헌 SK텔레콤 CR전략실장은 "요금 청구액이 6만 원이라면 이 가운데 통신서비스는 3만3천 원, 나머지는 단말기 등 통신서비스가 아니지만 전체가 통신비로 인식되고 있다"고 말했다.
통신서비스 비용은 실제 요금의 50%를 차지하고 2년에 한 번 꼴로 100만 원에 가까운 돈을 내고 사는 고가 기기 부담은 고려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 이통업계의 주장이다.
이날 토론에 참여했던 안진걸 참여연대 사무처장도 "설문조사 결과 통신비 부담의 이유는 이통사 요금 56.4% 외에도 단말기 가격이 37.5%로 단말기 가격부담을 낮추는 게 중요하다"며 "사회적 논의기구나 추후 논의에 제조사 역시 당연히 참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통신비 부담을 놓고 이통사와 단말기제조업체 사이 ‘네 탓’ 공방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4년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단통법) 도입될 분리공시제를 놓고 논란이 컸다.
분리공시제는 제조사의 마케팅 비용규모를 투명하게 공개해 단말기 가격거품을 제거할 수 있다는 점에서 도입돼야 한다는 주장이 높았지만 삼성전자 등 제조사가 해외 경쟁력 약화를 이유로 거세게 반발하면서 결국 단통법에서 빠지게 됐다.
단통법 시행으로 지원금은 이통사와 제조사가 공동분담하는 구조지만 이번에 선택약정할인 등 요금할인은 직접적으로 이통사의 출혈을 요구하는 것이어서 논란이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프리미엄 스마트폰 출시를 앞두고 고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
삼성전자는 올해 갤럭시S8을 출시했는데 전작보다 10만 원가량 높아진 93만5천 원으로 가격을 책정했다. 8월 출시예정인 갤럭시노트8은 삼성전자가 지금까지 내놓은 스마트폰 가운데 가장 고가인 120만 원대에 이를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전작인 갤럭시노트7은 국내 출고가가 98만8900원이었다.
LG전자는 7월 ‘G6플러스’와 ‘G6 32GB’를 출시한다. G6를 기반으로 저장용량을 64GB에서 128GB로 2배 늘린 새 모델인 데다 무선충전 기능 등을 추가해 가격인상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G6의 국내 출고가는 89만9800원이었는데 출고 당시에도 고가폰 전략을 펼친다는 논란이 불거졌다.
국정기획위원회는 단통법 개정을 통해 단말기 지원금 상한제 폐지와 분리공시제를 도입할 계획을 세웠다. 분리공시제가 실행되면 제조사가 소비자에게 지급하는 지원금 액수가 공개되는 만큼 단말기 가격에서 거품이 자연히 빠질 것으로 보는 것이다.
하지만 분리공시제를 놓고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입장차를 보인다. 삼성전자는 이번에도 완강하게 반대하는 반면 LG전자는 2014년 단통법 추진 당시와 달리 찬성하는 의견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미방위) 소속 고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3일 토론회에서 "민주당 미방위 의원들의 상당수가 통신은 통신끼리, 단말기는 단말기끼리 경쟁하는 것이 올바른 방향이라고 생각한다"면서도 "(통신비 절감은) 단말기도 뗄 수 없기 때문에 논의해야 마땅하지만 제조사 반발이 크고 애플 등 해외 제조사 문제도 있어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