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금속노조가 20일 금속산업 하청중소업체 일자리 보호와 확대를 위한 연대기금으로 현대자동차그룹 노사가 함께 초기자금 5천억 원을 조성하고 매년 200억 원씩 적립하자고 제안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
현대차그룹이 금속노조의 일자리연대기금 공세에 속앓이를 하고 있다.
일자리창출에 공감하지만 금속노조가 내놓은 재원마련 방안은 현실성이 없다고 보고 있는데 문재인 대통령조차 화답하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기 때문이다.
23일 재계와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일자리를 창출하는 기금을 노사공동으로 마련하자는 제안에는 반대하지 않지만 금속노조의 제안의 경우 재원의 출처를 놓고 논란이 일 수 있다는 점에서 현대차그룹으로서 부담을 안고 있다.
현대차그룹의 한 관계자는 “노조가 마치 통상임금 재판에서 승소한 것처럼 회사에 제안하고 있는 것”이라며 “이번 경우 재원의 출처가 문제”라고 말했다.
금속노조는 20일 기자회견을 열어 현대차그룹에게 노사가 2500억 원씩 분담해 5천억 원 규모의 일자리연대기금을 조성하자고 제안했다.
노조는 일자리연대기금을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이나 청년고용 창출에 쓰겠다고 밝혔고 기금 분담금을 현대차와 기아차의 통상임금 체불임금으로 마련하겠다고 덧붙였다.
현대차그룹은 통상임금 판결이 나지 않은 상황에서 노조의 이런 요구가 지나치다고 보고 있다.
현대차와 기아차 노조는 각각 2013년과 2011년에 회사를 상대로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해 소급해 지급하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이 재판에서 현대차는 2심까지 승소했고 기아차는 1심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그런데도 노조는 두 재판에서 모두 승소할 경우를 가정하고 기금조성을 제안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노조의 제안에 즉각 화답하면서 현대차그룹은 더욱 벙어리 냉가슴을 앓게 됐다.
문 대통령은 노조가 기자회견을 연 다음날인 21일에 일자리위원회 첫 회의를 주재하면서 “현대차와 기아차 노조, 금속노조는 정규직 노동자와 회사가 절반씩 출연해 사회연대기금 또는 일자리연대기금을 조성해서 비정규직 문제와 청년일자리 문제에 사용하자는 제안을 하기도 했는데 감사하다”고 말했다.
일자리창출을 최우선 정책으로 추진하고 있는 문 대통령에게 노조의 제안은 반가울 수밖에 없다.
그러나 현대차그룹은 회사에 유리한 재판을 모른 체 하고 과도한 요구를 하고 있는 노조에 정부의 힘이 실리면서 적잖게 당황하고 있다.
현대차와 기아차가 일자리연대기금에 문 대통령의 주의가 쏠린 만큼 통상임금 재판을 중단하고 노조의 제안을 받아들일 수 있다는 관측도 재계와 노동계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하지만 정부의 정책에 맞춰 일자리창출에 기여한다는 점과 통상임금 판결에 재계에 끼칠 영향을 고려할 수밖에 없는 점은 다르다는 의견도 현대차그룹 내부에서 자리잡고 있어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현대차와 기아차는 각각 2015년과 2016년에 노사합의에 따라 하도급 노동자의 정규직 전환을 이행하고 있다”며 “협력사, 청년 채용박람회를 진행하는 등 매년 새로운 일자리도 창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임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