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씨티은행 노사가 정부와 정치권의 중재로 한달여 만에 다시 점포 통폐합안을 놓고 교섭을 시작한다.
하지만 여전히 노사가 강경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어 쉽게 갈등이 해소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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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진회 한국씨티은행장. |
한국씨티은행 노사는 20일 서울지방고용노동청장 주재로 마련된 면담자리에서 21일부터 실무교섭을 재개하기로 합의했다. 면담자리에는 박진회 한국씨티은행장과 송병준 한국씨티은행 노조위원장 등이 참석했다.
노사는 점포 통폐합안을 놓고 협상을 벌였지만 5월16일 최종교섭에서도 합의점을 찾지 못한 뒤 서로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며 갈등을 빚어왔다.
노사갈등이 법적 분쟁으로 이어지는 등 격렬해지자 서울지방고용노동청이 중재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한국씨티은행의 노사갈등이 점차 격렬해지면서 정부의 중재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
이용섭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은 20일 한국노총과 정책간담회를 연 뒤 기자들과 만나 “박진회 한국씨티은행장이 8일 일자리위원회를 찾아와 세가지 약속을 했다”고 밝혔다.
박 행장은 지점 축소에 따른 인력감축은 없다는 것과 지점 축소로 생기는 여유 인력은 생산성이 높은 곳으로 옮겨 근무하도록 하겠다는 것, 노사문제와 관련해 노조와 협의해 결정하겠다는 것을 약속했다.
더불어민주당은 한국씨티은행의 점포 통폐합안을 비판했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0일 원내대책회의 모두발언에서 한국씨티은행 점포 통폐합과 관련해 “부자고객만 상대하고 돈 없는 서민고객은 배제하겠다는 고객차별 전략이 시중은행의 건전하고 타당한 사업계획이라고 할 수 없다”며 “충분한 인력과 영업시설을 갖추라고 하는 은행법상 논란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용득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포함한 여당 의원 12명은 15일 한국씨티은행의 점포 통폐합안 철회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다만 정부와 정치권의 개입에도 점포 통폐합을 둘러싼 노사갈등이 해소될 지는 불확실하다.
한국씨티은행이 해외에 본사를 둔 금융회사인 만큼 박 행장 단독으로 경영방침을 바꿀 수 없기 때문이다.
한국씨티은행 노조 관계자는 “실질적으로 이번 점포 통폐합을 주도하고 있는 것은 브렌단 카니 한국씨티은행 소비자금융그룹 수석 부행장”이라며 “폴란드 등에서 추진된 점포 통폐합 전례가 있는 만큼 박 행장의 인력감축은 없다는 약속을 믿을 수 없다”고 말했다.
브랜단 카니 부행장은 2012년부터 2015년까지 폴란드 씨티은행의 소비자금융 비즈니스 총괄을 맡았는데 이 기간에 폴란드에서 지점 수는 88곳에서 44곳으로 줄었고 인력은 1300여 명이 감축됐다.
한국씨티은행의 점포 통폐합 및 디지털화 전략이 사실상 씨티금융그룹의 방침으로 풀이되는 대목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박 행장이 인력감축은 없다고 못을 박았지만 점포 통폐합과 관련해서는 여전히 강경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며 “노사간 협의가 다시 시작되더라도 대결구도는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석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