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노조가 올해 임금협상에서 회사를 압박하는 수위를 높이고 있다.
현대차 노조는 16일 성명서를 내고 “현대차그룹은 2014년에 한국전력 부지를 무려 10조5천억 원에 사들이면서 주식도 반토막나고 경영위기를 스스로 자초한 셈”이라며 “현대차 부실경영의 단면을 적절하게 보여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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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갑한 현대자동차 사장. |
문재인 정부가 재벌개혁을 추진하는 점을 앞세워 현대차 노조가 임금협상에서 회사를 압박하는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 노사는 8월까지 올해 임금협상 및 단체협약을 마무리한다는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새 노조집행부 선거가 9월에 열리기 때문이다.
박유기 현대차 노조위원장은 13일 임금협상 및 단체협약 출정식에서 “집행부 임기가 9월 말까지여서 8월에 임금협상 및 단체협약을 정리하고 10월부터 새 집행부가 들어설 수 있도록 모든 역량을 다할 것”이라며 “지금까지 투쟁해서 얻은 우리의 기득권이 후퇴하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올해 임금협상은 현대차그룹이 사실상 비상경영에 돌입한 상황에서 노조의 양보를 얼마나 이끌어낼 수 있을지에 관심이 집중된다.
현대차와 기아차는 올해 실적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현대차와 기아차는 올해 1분기 합산 매출 36조2099억 원, 영업이익 1조6336억 원을 냈다. 지난해 1분기와 비교해 매출은 3.5%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17.3% 줄어 수익성이 나빠졌다.
현대차와 기아차의 지난해 매출은 146조3619억 원으로 2015년보다 3.45%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7조6550억 원으로 12.13%나 줄었다. 지난해 영업이익률은 5.23%로 6년 만에 가장 낮았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말에 임원 연봉의 10%를 자진삭감한 데 이어 올해 초에 과장급 이상 간부 연봉도 동결하면서 사실상 비상경영체제를 이어가고 있다.
윤여철 현대차 부회장은 5월29일 협력사 채용박람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임금협상 및 단체협약은 회사실적에 따라 가는 게 맞다”며 “회사가 잘되면 잘 되는대로 잘 주고 안되면 안되는 대로 깎는 것이 당연하다”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은 비상경영체제에서 노조의 임금동결을 이끌어 낸 적도 있다.
현대차그룹은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은 직후인 2008년 말에 비상경영을 선포했고 과장급 이상 임원 연봉을 10% 줄이고 업무용 차량도 축소하면서 허리띠를 졸라맸다. 노조도 2009년 임급협상에서 파업없이 기본급을 동결하는 데 합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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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유기 현대자동차 노조위원장. |
재계 관계자는 “당시 강성노선을 표방했던 기존 노조집행부가 파업을 추진하다 무산되는 등 지도력을 잃고 사퇴하자 새 노조집행부가 전향적으로 기본급을 동결하는 데 합의했던 것”이라며 “삼성, 포스코, 현대중공업 등 주요 대기업들이 임금을 동결한 영향도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임금이 동결될 경우 물가상승률 등을 감안하면 체감상 삭감된 것과 마찬가지여서 노조 조합원들이 거세게 반발할 수도 있다.
현대차 노사는 지난해보다 이른 시점인 4월20일 임금협상 및 단체교섭 상견례를 시작으로 15일까지 모두 14차례 교섭을 진행했다.
노조는 △기본급 15만4883원 인상 △순이익 30% 성과급 지급 △총고용보장 합의서 체결 △사회공헌기금 확대 △해고자 복직 △조합원 손해배상 및 가압류 고소고발 취하 △퇴직자복지센터 건립 등을 요구하고 있다.
현대차 노사는 지난해 임금협상에서 △기본급 7만2천 원 인상 △성과급 및 격려금 350%+330만 원 지급 △전통시장 상품권 50만 원 지급 △주식 10주 지급 △손배가압류 13건 취하 등에 합의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임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