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올해 하반기 내놓을 새 아이폰을 놓고 외국증권사들이 잇따라 부정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애플에 부품을 공급하는 한국업체들도 올해 실적에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삼성디스플레이와 LG이노텍 등 새로 탑재되는 고가부품의 공급을 담당하는 기업들은 아이폰8의 판매량에 따라 더 큰 변동을 겪을 수밖에 없어 불확실성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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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팀 쿡 애플 CEO. |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15일 “아이폰 신제품의 흥행 여부를 놓고 부정적인 목소리가 최고조에 이르고 있다”며 “판매량 추정치와 주가가 모두 크게 흔들리는 불안정한 상황”이라고 보도했다.
14일 미국증시에서 애플 주가는 전일보다 1% 하락한 145달러로 장을 마쳤다. 최근 4거래일 사이 주가가 7% 가까이 떨어지며 시가총액 60조 원 정도가 증발했다.
최근 글로벌 증권사들이 올해 애플의 신제품 ‘아이폰8’의 판매량에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으며 일제히 목표주가와 판매량 전망치를 내려잡은 영향으로 분석된다.
미즈호증권은 애플이 거대 스마트폰시장인 중국과 인도 공략에 번번이 실패하고 있는데다 아이폰8의 대규모 하드웨어 변화 때문에 양산의 지연도 불가피해 흥행이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신제품 판매가 처음 시작되는 올해 3분기 아이폰 판매량은 3900만 대로 지난해 3분기보다 17% 정도 줄어들 것으로 추정됐다. 미국 증권사들의 전망치 평균인 4900만 대와 비교해도 차이가 크게 나타났다.
증권사들은 아이폰 하드웨어 변화주기가 기존 2년에서 3년으로 길어져 훨씬 많은 대기수요가 발생하고 아이폰8이 올레드패널과 증강현실기술 등을 새로 적용하며 소비자에 인기를 끌 것으로 예상해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하지만 이런 변화에 따른 가격상승과 주요부품의 공급차질, 너무 높아진 소비자들의 기대가 오히려 아이폰의 흥행에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관측이 점차 힘을 얻고 있다.
증권사 퍼시픽크레스트는 “아이폰8을 놓고 소비자들과 증권가의 기대는 너무 과대평가된 측면이 있다”며 “애플이 아이폰 신규수요를 확보하기 어렵고 사실상 기존 사용자의 교체수요에만 의존해야 하는 상황에서판매량이 크게 증가할 가능성은 낮다”고 파악했다.
아이폰의 판매전망이 어두워지며 애플에 매출을 크게 의존하고 있는 국내 주요 부품업체들도 예상만큼 실적을 거두기 힘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아이폰8의 대규모 변화에는 한국 부품기업들도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곡면화면을 위한 삼성디스플레이의 올레드패널과 증강현실에 이용되는 LG이노텍의 3D센서 모듈이 최초로 탑재되기 때문이다.
전자전문매체 디지타임스는 삼성디스플레이가 올해 애플에 아이폰 8천만 대 분량의 올레드패널을 공급할 것으로 추정했다. 기존 예상치인 5천만 대에서 물량이 크게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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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 겸 삼성디스플레이 대표(왼쪽)와 박종석 LG이노텍 사장. |
김지산 키움증권 연구원은 LG이노텍이 애플에 3D센서를 공급해 올리는 매출이 올해만 3천억 원 정도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LG이노텍은 단가가 높은 듀얼카메라도 대량으로 공급한다.
김 연구원은 LG이노텍이 올해 애플에 부품공급을 늘리며 역대 최대실적을 올릴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아이폰8의 판매량이 이전작을 넘을 정도로 흥행하는 것이 전제돼야 한다고 조건을 달았다.
아이폰8이 예상보다 좋은 반응을 얻지 못하면 소비자들은 교체를 미루거나 비교적 가격이 낮은 아이폰7S 또는 이전작을 구매할 공산이 크다. 아이폰8 전용 고가부품을 공급하는 업체들의 타격이 상대적으로 더 커질 수 있다.
삼성디스플레이와 LG이노텍은 애플의 부품수요 확대에 대응하기 위해 각각 올레드패널과 듀얼카메라의 대규모 시설투자에 나선 상황이라 아이폰8이 흥행에 실패할 경우 부담이 더 커질 수 있다.
포브스는 “과거 아이폰6은 대규모 하드웨어 변화로 수요를 크게 늘렸지만 지금 시장상황은 완전히 다르다”며 “소비자들의 수요가 아이폰8보다 가격이 낮은 제품으로 몰릴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